야담 야설 이야기

조만석 의 두 아들

갓바위 2018. 12. 24. 17:14
 조만석의 두아들

조만석은 조실부모하고 어린 나이에 
이 친척집 저 친척집을 돌아다니며 
천덕꾸러기로 자라다가 
열두살부터 장삿길에 들어섰다. 
낮엔 엿판을 매고 저잣거리를 
헤매다가 밤이면 찹쌀떡과 
약밥을 매고 이 동네 
저 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나이가 들며 새우젓장수, 
방물장수, 비단장수 등 온갖 
장사를 다 해 보다가 
열여덟에 이재에 눈을 떴다.
안동포를 소달구지 열두대에 
바리바리 싣고 한산으로 가 
안동포 한필에 한산 세모시 
네필과 맞바꾸어, 다시 한산 세모시를 
소달구지 쉰대에 싣고 산 넘고 
물 건너 안동으로 가 한산 세모시 
한필과 안동포 세필을 맞바꾸었다.
조만석은 큰 부자가 되었다. 
저잣거리에 주단포목가게, 
유기가게, 쌀가게, 양조장을 
운영하며 들판엔 조만석의 
천석지기 옥답이 펼쳐졌다.

어렵게 돈을 벌어 큰 부자가 
되었지만 조만석은 근검이 몸에 배 
흰쌀밥 먹는 법이 없이 잡곡밥을 
먹고  밥상엔 세가지 이상 반찬이 
오르지 않았다. 조만석은 
구두쇠지 수전노는 아니다. 
동네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곳간을 열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몸이 아프면 의원을 보냈다.
조만석에게는 두아들이 있다. 
두아들이 나란히 서당에 다니며 
큰아들은 글재주가 없음이 드러났고,
작은아들은 글이 뛰어나 
훈장의 칭찬을 한몸에 받았다. 
큰아들이 게으르거나 글을 
등한시하지 않았는데도 몇년째 
사자소학과 씨름하고 있는 반면
세살 터울 둘째는 벌써 사서삼경에 
깊숙이 들어가 훈장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조만석은 큰아들에게 서당 가는 걸 
접게 하고 논 한마지기를 줬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열두살 
맏아들에게 소작농과 똑같이 
농사를 짓게 했다. 
엽전 한닢 주지 않았다.
아홉살 작은아들에게는 엽전이 
가득 든 주머니를 주며 
절대 친구들에게 얻어먹지 
말고 사 주라고 일렀다.

장날이면 서당을 마친 둘째아들은 
학동 친구들을 데리고 
저잣거리로 가 깨엿도 
사 주고 떡도 사 주었다.
둘째는 말끔한 옥색 바지저고리에 
엽전을 가득 채운 주머니를 차고 
친구들을 거느리며 
저잣거리를 설치고 다니는데,
맏아들은 새까만 얼굴에 남루한 
옷을 걸치고 논과 집을 오가는 꼴이 
너무 애처로워 어미는 맏아들을 
안고 울음을 터트리기 일쑤였다.
가을이 되자 황금들판이 넘실댔다.
열두살 맏이가 손수 농사지은 
논에도 벼는 익어 타작을 하니 
나락 다섯가마니가 나왔다.
조만석은 맏아들이 농사지어 
소출한 나락 두가마는 소작료로 
곳간에 넣고, 세가마는 팔아서 
엽전 꾸러미를 맏아들에게 줬다.

“이 돈은 네 것이니 
네 마음대로 써라.
맏아들은 그 돈을 받아 
뒷방에 가서 실컷 울었다. 
어미한테 그 돈을 맡기고 엽전 
몇닢을 들고 장터에 갔지만 
돈이 아까워 한푼도 쓸 수 없었다. 
조만석은 이듬해엔 맏이를 유기공장 
직공으로, 다음해엔 주단
포목가게 점원으로 일하게 했다.
세월이 흘렀다. 조만석의 맏아들은 
물려받은 가업을 탄탄하게 끌어갔다. 
작은아들은 급제하여 고을 원으로 
부임해 갔지만 백성들에게 동전 한닢 
수탈하지 않고, 육방관속을 데리고 
기생집에 가도 그가 술값을 냈다. 
그의 형이 끊임없이 돈을 보내 줘 
청렴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 사랑방야화 -
복 받는날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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