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남편의 퇴임식

갓바위 2019. 12. 29. 07:33
남편의 퇴임식

남편이 33년 동안 다닌 
직장을 퇴직했다
아들 4형제 중에 둘째였던 
남편을 일부러 선택해서
결혼을 했지만, 심성 고운 
남편은 집안의 가장 아닌 
가장으로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1년에 6번의 제사와 동
생들 결혼까지...
덕분에 옆 지기인 나로서는 
고단한 삼십 년이었다
가족을 위해 평생을 애쓴 
남편의 퇴직을 어떻게 하면 
훈훈하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남편 모르게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들과 아내인 제게 
시간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의 
시간이 되고 싶습니다”
2019년 6월 25일 6시! 깔끔한 
식당의 2층에서 남편을 위한
퇴임식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약력을 
소개하는데 깜짝 놀랐다
참 많은 수상을 한 것이다
동료들로부터 받은 상, 
대표이사상, 성실상...
한 사람이 얼마나 성실
했었는지를 알려준 시간이었다
남편의 겸손하고 감동적인 
인사, 그리고 남편에게 전하는 
나의 고마운 편지 낭독, 
아들들의 감사패와 꽃다발 증정,
마지막으로 아빠의
 X-파일을 전광판 모니터를 
통해 공개 했다
남편의 백일사진
(옷을 몽땅 벗고 찍은)과
초등학교, 군대, 결혼, 직장, 
아이들, 그리고 인생 이모작을 
위해 준비한 작은 
농장에서 수확하는 장면들...
모두 박수를 보냈다
퇴임식을 끝내고 돌아가는 
손님들에게 의미 있는 뭔가를
드리고 싶은데 이런저런 
상품을 사는 것 보다 퇴임 후
인생 이모작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농산물을 드리는 것이
가장 뜻깊겠다 싶어서 오미자 
액기스를 하나씩 드렸다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퇴임식이 끝나고 거실이 
많은 꽃다발과 꽉 찼다
술을 못 먹는 그이의 발그레한 
얼굴이 감동으로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며, 긴 시간 
동안 고생한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
다는 생각에 따뜻해졌다
"수고한 우리 
**씨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삶을 
위해서 멋지게 날개를 
펴시기를 바랄게요
사랑합니다"
- 행복한가 가족 / 정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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