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이야기

전설=가막이라는 예뿐 계집아이

갓바위 2020. 12. 28. 14:40

 

 

옛날 옛적에"가마귀골"이라고 부르는 두메 산골에 "가막"이라는 예뿐 계집아이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가막이가 한창 재롱을 부리던 다섯살 되던 해 졸지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모님이 장을 보러 강 건너 읍내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만
나룻배가 뒤집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일가 친척 피붙이라곤 하나도 없던 가막네 집인지라 오빠는 소금장수
에게 팔려 어디론가 떠나 갔고,가막이도 이웃 할머니가 기르다가
또 다시 먼 곳으로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가막이는 나이가 들어 갈 수록 그 옛날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던 모습이 떠올라

무척 슬펏지만 어려서 떠나온 마을 이름도,부모님의 이름도 몰라 늘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무심한 세월은 흘러흘러 이젠 가막이의 모습도 예쁘고 복스런 처녀로 변해 갔습니다.
가막이의 주변에는 동네 머슴들이 가막이를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작년 가을에 어디에선가 굴러온 이웃 집 머슴이 유난히
가막이를 좋아하고 호시탐탐 꽃도장을 찍을 기회만 였보고 있었지요.


가막이도 어깨가 딱 벌어지고 힘이 센 그가 싫지 않아 몰래 사모의 정을 품고 지내 오던 참 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머슴은 주인에게 가막이와 혼인을 시켜 달라고 간청을 했지요.


주인은 3년간 머슴살이 해주는 조건으로면 결혼을 시켜 주겠노라고 승낙을 하였습니다.
머슴이 가막이네 집으로 들어 오면서 두 사람의 생활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고향은 어딘지,나이가 ?살인지 모르는 머슴 이었지만

마음씨가 착하고 기운이 센 머슴은 안방 마님과 가막이의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꿈같이 3년의 세월이 흐른뒤에 드디어 두 사람은 짝을 맺는 혼례를 치뤘습니다
그리고는 초가삼간도 마련하여 행복하게 살았지요.


열심히 일한 덕택으로 살림도 늘고 무엇보다 부부의 금실이 너무좋아
내리 년년생으로 자식들도 다섯이나 뽑아 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부랑 할머니가 가막이네 집에서 하루밤을자게 되었습니다.

밤이 깊어가도록 가막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뜻밖에도
할머니는 가막이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다섯살 먹어서 이 마을로 들어 왔다면 우리 가마귀골에서 태어난 가막이가 틀림없을거야...

암! 내가 얼마간 키우다가 팔려 갔는걸. 그때 나이가 한살 위인 오빠도 있었는데


그 애도 어디론가 팔려간 뒤로 여태겄 소식을 모르고 있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난 가막이는 자신의 태어난 비밀을 알고나서는
안절부절을 못하고 할머니를 따라 가막골로 갔습니다.

마을 이며 집이며 뜰의 나무들이 모두 틀림없는 옛날의 자기 집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날 온종일 동네 사람들로부터 옛날 자기 집에대한 내력을 샅샅이 알게 되었지요.


그중 가장 반가운것은 어디엔가 오빠가 살아 있을거라는 희망이었습니다
오빠는 등에 7개의 점이 박혀 있어서 동래 사람들이 칠성이라고 불렀 답니다


이야기 도중 가마는 몇 번이나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모두가 지금의 자기 남편과 너무나 똑같이 닳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등에 박힌 일곱개의 점은 움직일 수도 없는 단서였지만
단 한가지 남편의 이름이 칠성이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온 가막이는 그날 밤 남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여보,당신의 본래 이름이 칠성이가 아니어요?"


"아니,어떻게 당신이 내 어렸을적 이름을 다 알지?"
내가 여섯살 때 까지 썼던 이름이라오! 이름이 나쁘다고 새로 고쳐쓰긴 했지만"

 

가막이는 확인을 가듭 할 때 마다 절대로 오빠가 아니길 바랬 지만

숨길 수없는 사실앞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리고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세상에 가장 사랑하는 남편이 하나밖에 없는 자기의 오빠라니...
이 불륜을 어떻게 한단말인가.


남편,아니 오빠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면 천륜에 벗어나는 일이기에
심한 고민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 애들을 손가락질 할 것을 생각하니 아찔 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과거를 알고 난 지금 오빠와 부부생활을 계속 할 수도없고 갑자기 헤어질 수도 없으니.......
나날이 고민이 늘어갔습니다.


그토록 재미있게 살아가던 가막이는 이젠 식음을 전폐하고 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여보,내가 죽거든 가마귀골에 묻어주오!"
가마는 한마디 유언을 남기고 한 많은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졸지에 아내를 잃은 남편 칠성이는 아내를 가마귀골에 묻어주었습니다.
이듬해 봄 가막이의 무덤에서 이름모를 싹이 돋아나 초여름이 되자 새 하얀 눈송이 꽃이 피어났고

가을철로 접어들며 그들의 사랑처럼 빨갛고 많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두메산골 어린이나 산새가 즐겨먹는 이 열매는 새콤 달콤하여 그들의
애닳은 사랑을 이야기 해주는듯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충청도 음성의 가막골에 얼힌 전설로 지금도 할머니의
입을 통하여 전해내려오고 있답니다.
그 꽃말은 "번영"으로 불리는 가막살 나무는 슬픈 사랑을 뜻하는 꽃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