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고해라 하잖습니까? 고통의 바다라고. 사바세계란 말은 그런 뜻이에요.
우리가 어려운 세상, 고해,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바랄 수는 없습니다.
어려운 일이 쌓여있는 것이죠. 곤란합니다. 어떤 집안을 놓고 보더라도 밝은 면도 있고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어떤 개인의 인생도 그렇고. 세상살이에 곤란 없게 되면 사람들이 넘치게 돼요.
잘난 체 하고 남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게 됩니다. 마음이 사치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는 거예요. 자신의 근심과 걱정을
밖에서 오는 귀찮은 것으로 생각지 말라는 거예요. 자신의 삶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 숙제로 생각해야 해요. 우리 집안의 어떤 걱정과 근심거리가 있다면 회피해선 안 됩니다.
그걸 딛고 일어서야 해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왜 우리 집안에 이런 액난이 닥치는가,
이것을 안으로 살피고 딛고 일어서라는 거예요.
우리는 이 세상에 저마다 자기 짐을 지고 나오잖아요. 그 짐마다 무겁고 달라요.
누구든 이 세상에 나온 사람들은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니까요.
그런 근을 지니고 있어요. 그것이 그 인생이에요. 그러니까 집안에 무슨 어려움이 있다고
나쁘게만 생각지 마세요. 그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창의력을,
의지력을 계발하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됩니다.
처음부터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이 사바세계라는 것, 참고 견뎌야 할 세계.
그런데 여기에 묘미가 있어요. 만약 이곳이 극락이나 지옥이라면 아무 재미가 없어요.
극락? 아무 고통도 없다는 거예요. 무슨 생각만 해도 몰려온다는 거예요.
물론 우리가 볼 때 이상적으로 추구해야 할 세계입니다. 그러나 재미없어요.
또 지옥? 너무 고통스러워서 감내할 수가 없어요. 사바세계는 그 중간이에요.
그러니까 참고 견딜만한 세상이란 것이죠.
-법정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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