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애욕의 고삐

갓바위 2022. 8. 25. 09:25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장자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의 아들이 성년이 되었으므로 장가를 보냈다.

 

그의 아내는 한 점의 티도 없는 절세미인이어서 아들은 자기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여 한시도 잊지 않고 잠시도 못 보면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 나라의 도로가 파괴 되어서 교통이 두절되어

이 나라로 입국할 수가 없게 되었고, 十二년간이나

타국과의 교통이 두절되어 국내는 극도의 곤란을 겪게 되었다.

 

十二년째 되는 해에 많은 장사꾼들이 이웃 나라까지 와서 쉬고 있는데

국내로는 안 온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외국의 상인들이 이웃 나라에 와 있다니 네가 빨리 이웃 나라의

시장에 가서 여러 가지 필요한 물건을 사 오너라.』 고 말했다.

 

아버지의 말을 들은 아들은 사랑하는 아내와 잠시라도

떨어져야 하는 슬픔과 안타까움에 극도로 비관하고 말았다.

그는 생각 끝에 다정한 친구를 찾아가서,

 

『여보게, 우리 아버지는 아내의 사랑을 모라 주시네.

나보고 이웃 나라의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오라고 하신단 말일세.

내 가슴은 찢어질 듯하다네. 아내와 잠시라도 떨어져있기 보다는

오히려 강에 몸을 던지거나 높은 산에서 골짜기로 떨어지는 편이 나을 걸세.』

하고 아내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고 의논했다.

젊은 나이에 여색(女色)에 빠져 애욕의 정은 불길 같이 타 오른다.

아버지의 명을 받고 가려고 하나 이별의 슬픔은 간장을 녹인다.

어떻게 아내와 떨어진단 말이냐 가슴이 터질 듯 오히려 죽느니만 못하다.

애욕의 인연에 고삐는 큰 코끼리를 잡아매는 굵은 밧줄 같구나.

친구는 그의 말을 듣고,

『그것은 자네가 너무 지각이 없는 말일세.

자식을 낳는 것은 가문을 빛내고 재산을 이루어 부모를 공양하기 위함이다.

아무 일도 안하고 놀고먹는 생활 태도는 나쁜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으론 설사 천상에 태어난다 하여도 편안치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인간이 다만 여자에게만 모든 정력을 바친다는 것은 자신을 망치는 것일세.』

 

하고 간곡히 충고를 하였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집을 나서서 팔짱을 끼고

생각에 골몰하면서 힘없는 발길을 이웃 나라로 옮겨 놓았다.

 

어딜 가든지 아내의 일이 한시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그는 물건을 사는 것도

대강 대강으로 끝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서자 마자,

『아내는 어디 있나?』 하는 것이 그의 첫마디였다.

 

아내는 남편과 헤어져서 외롭고 슬픈 나머지 병석에 눕게 되어

온 몸에 종기가 생겨서 피고름이 흐르고 문둥이 같이 되어서,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파리떼가 모여들어 피고름을 빨고 있었다.

 

하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간의 사정 이야기를 하고,

『아씨께서는 거처를 옮기시어 헛간에서 풀을 베개 삼고 혼자 누워 계십니다.』

 

하므로 그는 황급히 헛간으로 뛰어가 보았더니 피골은 상접하고

피부 색깔은 변해서 퉁퉁 부풀어 올랐고 얼굴은 추악하게 변모하여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서 이제까지의 애정, 욕정이 삽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수행자(修行者)는 이와 같이 애욕을 기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련 경전 : 수행도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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