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상식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갓바위 2022. 12. 27. 10:46

팔상성도(八相成道) - 6.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수행자 싯다르타는 고행을 포기한 뒤 수자타가 올리는 우유죽 공양을 받아

기운을 회복하고 목동 스바스티카가 바친 부드럽고 향기로운 풀을

보리수 아래에 깔고 그 위에 앉아서 굳은 다짐을 하였습니다. 

 

“내 여기서 위없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침내 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으리라”는 말을 <수행본기경>에

전해지고 있는데 부처님의 깨달음을 향한 굳은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금강석보다 굳센 의지로 부처님은 그 자리에서 깨달음을 이루셨고,

깨달으신 그 자리를 금강보좌(金剛寶座)라고 부르고 있다.

 

싯다르타가 선정(禪定)에 들어 깨달음을 얻으려고 할 때 중생을 욕망에

사로잡히게 하고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마왕 파순은 다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마왕 파순은 사문 고타마 싯다르타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루면

일체 중생을 제도할 것이라는 것과 그 깨달음이 자신의 능력을 초월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깨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의 깨달음을 방해하기 위해 자신의 세 딸을 보내

그를 유혹하였으나 싯다르타는 수미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희들의 몸은 비록 아름답지만 모든 악이 가득해 견고하지 않고

부정(不定)이 흘러 생로병사가 항상 따른다. 손에는 팔찌,

 

귀에는 귀걸이를 흔들면서 교태 석인 웃음으로 탐욕의 화살을 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대들의 욕망을 독약으로 안다.

 

칼날에 발린 꿀은 혀를 상하게 하고 사악한 욕정은

독사의 머리와 같으니 내 이미 모든 유혹을 뛰어 넘었다.

 

너희들은 모두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물러가거라.”라고 말하자,

마왕의 세 딸들은 모두 추한 노파로 변해 탄식하며 물러갔다. 

 

그러자 마왕은 화가 나서 싯다르타를 향해서 태풍, 폭우를 보내고 창칼,

불화살, 돌을 던지며 악귀를 동원하여 수행을 방해하였지만,

그것들은 부처님 앞에서는 꽃으로 변할 뿐이었다.

 

유혹과 폭력으로도 수행을 막지 못했던 마왕이 싯다르타 앞에 직접 나타나,

깨달음은 얻을 수 없고, 피로만 더 할 뿐이니, 세간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되어

오감이 쾌락이 주는 미묘한 맛을 마음껏 즐기라고 말하자,

 

싯다르타는 마왕을 향해 “게으른 자의 무리여, 사악한 자여,

그대가 여기 온 목적은 무엇인가? 그대가 말하는 그 좋은 공덕이란,

그것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런 것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말해 주어라.

나는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묵묵히 감수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 마음은 어떤 욕망에도 끌려가지 않는다.

 

보라, 내 존재의 이 순수를, 그대의 제1군대는 욕망이며,

제2군대는 혐오이며, 제3군대는 기갈이며, 제4군대는 집착이다.

그리고 그대의 제5군대는 피로와 수면이며, 제6군대는 공포심이요,

 

제7군대는 의혹이며, 제8군대는 위선과 고집,

그리고 그릇된 방법으로 얻은 이익과 명성이며,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는 것이 바로 그대의 전 병력이며 검은 마군이다.

 

그러므로 용감한 자가 아니면 너를 이겨낼 수 없으리.

그러나 용감한 사람은 그대의 공격을 이렇게 잘 막아내고 있다.

 

악마여, 사람들도 신들마저도, 그대의 군대를 격파할 수 없지만,

나는 지혜의 힘으로, 그대의 군대를 쳐부수리라.

굽지 않은 질그릇을 돌로 쳐 깨뜨리듯이.”----------《숫타니 파타》

 

또한, 부처님은 머나먼 과거 세월부터 한량없는 세월 동안

선근공덕을 쌓아 왔으므로 악마의 군대를 물리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마왕에 말하였다. 

그러자 마왕은 누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 말해보라고 외쳤다. 

 

부처님은 오른손을 내밀어 땅을 가리키며

“이 땅은 능히 일체의 물건을 내어 차별이 없이 평등한 행을 하도다.

원컨대 지금 진실을 말하라”라고 하자 땅을 지키고 있던 땅의 신이

“가장 큰 대장부이시여, 내 당신을 증명하리다.

 

제가 아나이다.”하고 외쳤고 이에 대지와 삼천대천세계의 국토는

크게 진동하였고, 마왕은 우렁찬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수행자 고타마 싯다르타는 마왕의

항복을 받았고 아무런 방해 없이 깊은 선정에 들었다. 

 

절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불상을 보면 왼손은 가부좌한 발 위에 올려놓고

오른손은 무릎에서 아래로 향하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은 부처님께서 마왕에게 항복을 받으신 장면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마왕이 사라지고 깨달음을 가로막던 장애도 없어진

싯다르타 앞에 세상에 이치가 확연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 이치는 ‘모든 것이 의지하여 일어나고,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명하기에 저것도 멸하는 것이다’라는 연기(緣起)의 진리였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바로 연기의 진리였던 것이다.

 

깨달음을 방해하던 악마의 모습은 수행자 고타마가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애착을 나타낸다. 

 

가장 먼저 끊을 수 없었던 것은 색욕(色慾: 육체의 욕망)으로,

마왕의 세 딸들 이름인 은애(恩愛), 상락(常樂), 대락(大樂)은 육체적 욕망을

비유하고 있는 것이며, 마왕의 공격은 제8군대로 표현된 욕망, 혐오,

기갈, 집착 등 온갖 마음속의 번뇌를 뜻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왕이 말한 전륜성왕의 자리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말하며

이것은 색욕이나 공포보다도 더 질기고 뿌리가 깊음을 나타낸 것으로

권력에 대한 욕망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그의 가정, 사회, 국가, 민족,

세계를 파멸로 몰아가는 제일 무서운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욕망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육체적, 제도적,

정신적 속박에서 벗어난 것이며, 마왕의 온갖 유혹과 위협에도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불퇴전의 수행자를 말하는 것이다.

 

또한 성도(成道)라 함은 불도를 완성했다는 뜻으로 수행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신 것을 뜻한다. 

이때가 부처님의 나이 35세 되던 해 음력 12월 8일 이었고 사실상 불교가 시작된 역사적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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