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것이 공부의 시작
수행법이란 한 마디로 '마음 비우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공스님께서는 '장맛만 알아도 수행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마음을 비운다, 쉰다, 놓는다, 고요히 한다고 하는 것은
일체 잡스런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인데 아주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고인故人은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고 하기도 하셨지만,
분주한 현대인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여튼 비우는 것이 시작이고, 비워져야 고요해지고,
담담한 고요와 안정 속에서 화두나 염불 정진이 잘 되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마음을 우리 바다에 비유할 수가 있습니다.
바다가 고요할 때는 잔잔하지요.
하지만 이 바다에 파도가 치고 태풍이 불어올 때는 1미터 앞도 볼 수 없는
것처럼 일체의 번뇌 망상을 걷어내야 마음이 밝고 고요해지는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깨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 조사들은 '천번 쉬고 만번 쉬어라'고 했습니다.
부처님 말씀은 바로 쉬면 깨치는 겁니다.
쉬면 근본 자성自性이 바로 드러납니다.
임제스님도 '쉬면 바로 그 자리가 청정법신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쉬면 그 자리가 부처요, 열반입니다.
열반이란 일체의 번뇌망상이 사라진 자리, 생사초탈의 자리입니다.
그런데 쉽게 마음을 비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 중생은 번뇌망상으로 똘똘 뭉쳐 있어
움직이거나 입을 열면 번뇌망상이 곧바로 쏟아져 나옵니다.
특히 요즘은 책이나 매스컴을 통해 지식을 많이 습득합니다만
근본 자성에서 보면 이 지식들이 바로 번뇌망상을 일으키는 요인입니다.
그러니 현대인, 지식인일수록 더 많이 비워야 합니다.
-무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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