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율과 지범개차

갓바위 2024. 2. 3. 10:09

 

 

율과 지범개차

승가의 형법과 판례

"무릇 처음으로 발심한 사람은 나쁜 친구를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친구를

가까이 해야 하며 오계와 십계 등을 받고 지범개차(持犯開遮)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의 첫 구절이다.

 

행간의 의미를 살려서 마지막 문장을 다시 번역하면 "무엇이 지키는〔持〕

것이고 무엇이 범하는〔犯〕 것이며, 무엇을 허용〔開,(utsarga)〕하셨고 무엇을

꾸중〔遮, (apavaka)〕하셨는지 잘 알아야 한다."가 된다.

 

'지범'은 계목에 대한 준수와 위반을 의미하고, '개차'란 실제의 생활에서

피치 못하게 '율의 조항'을 어긴 경우에 그것의 허용여부에 대한

부처님의 판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분은 우리가 아니라 부처님이란 점이다.

 

현대의 사회법은 ① 헌법, ② 형법, ③민법, ④상법,

⑤형사소송법,⑥민사소송법의 육법(六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승가법인 율(律)은 이런 사회법 가운데 형법과 형사소송법에 비교된다.

 

조계종의 소의율전(所衣律典)인 《사분법》의 비구게는 ⓐ 바라이법〔4종〕,

ⓑ 승가바시사법〔13종〕, ⓒ 부정법〔2종〕 ⓓ니살기바일제법〔30종〕

ⓔ 바일제법〔90종〕, ⓕ바라제제사니법〔4종〕, ⓖ중다학법〔100종〕,

ⓗ멸쟁법〔7종〕의 총 250종의 계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처벌조항이 있는 바라이법, 승가바시사법, 부정법, 니살기바일제법, 바일제법,

바라제제사니법, 중다학법의 죄는 형법에 해당하고, 마지막의 멸쟁법은

형사소송법에 해당한다. 바리이법은 성교, 살인 등의 네 가지 죄로 이를 범하면

승가에서 영원히 추방되며 다시 출가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승가바시사법은 자위나 무고 등의 죄로 이를 범하면 20인 이상 비구 앞에서

참회한 후 6일간 격리생활을 한 다음에 승가로 복귀한다.

죄를 숨길 경우, 숨긴 날 수만큼 격리생활을 한 다음에 승가로 복귀한다.

죄를 숨길 경우, 숨긴 날 수만큼 격리 기간이 늘어난다.

 

부정법은 '밀페된 곳에서 여인과 잡담하는 것' 등의 두 가지로 비구 스스로의

고백이나 함께 있던 우바이의 증언에 의해서 바라이, 승가바시사, 바일제

여부가 결정된다. 니살기바일제법은 '여분의 가사를 10일 이상 소유하는 것' 등인

데 물건을 승가에 반납한 후, 4인 이상의 비구에게 참회하면 죄에서 벗어난다.

 

바일제법은 '다른 비구를 모독하는 것' 등이며 3인 이하의 비구에게 참회하면

죄에서 벗어난다. 바라제제사니법은 '친척이 아닌 비구니에게서 음식을

받아먹는 것' 등으로 한 사람의 비구 앞에서 참회함으로써 죄에서 벗어난다.

 

중다학법은 '식사할 때 소리 내지 않는 것' 등 비구의 위의(威儀)에 대한 것으로,

고의로 저지를 것은 한 사람의 비구 앞에서 참회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스스로

참회함으로써 죄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멸쟁법은 비구가 계목을 어겼거나 이를

시인하니 않을 때 승단에서 그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정하는 '판결방법'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멸쟁법의 7종은 형사소송법에 해당하고, 바라이법에서

중다학법에 이르기가지 243종은 추방, 격리, 참회 등의 처벌을 수반하기에

형법에 해당한다. 이런 250가지 조항의 준수와 위반을 지범(持犯)이라고 한다.

 

그리고 피치 못하게 이를 어긴 경우 그것이 죄가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부처님의

판단을 개차(開遮)라고 한다. 개차란 형법에 판례(判例)와 유사하다.

형사재판을 할 때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 과거의 판례에 의하여

 

그 범죄 여부를 판단하듯이, 승가법인 율을 어긴 경우에 부처님의 꾸중〔遮〕과

허용〔開〕의 판례에 준하여 처벌의 수준을 정한다. 개차는 결코 내가

자의적으로 열거나〔開〕 닫는〔遮〕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율의 위반을 허용하거나 꾸중하셨던 분은 부처님이셨다.

김성철 교수의 불교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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