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보고 듣고 말하는 '나'를 의심하라

갓바위 2024. 4. 8. 20:28

 

 

보고 듣고 말하는 '나'를 의심하라

​一 片

대만의 성엄 스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 스승이다. 성엄 스님은 간화선을

지도하기 전에 먼저 자아감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자아감(sense of self)은 몸, 마음 그리고 외부 환경의 상호 작용에서

일어난다 방법 면에서는 외부환경에서 일어나는 자아감에 초연해지고,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자아감에 초연해지고, 마음활동에서 일어나는 감각 ·

느낌 ·관념 · 사고는 집착에서 오는 것이므로 그 자아감에 초연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자아감을 분리하고, 고립시키고,

좁혀 나가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화두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초심자들은 우리의 신체적 감각에서 일어나는 자아감을

포착하면 화두에 들어가지 쉽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앉아 있는 체중을 자각하거나, 콧구멍에 들어가는 숨을 자각하며

즐겁다거나 즐겁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자아감의 한 측면이다. 이런 것들을

'누가' 경험하고 있는가" 대답은 '나'다. '자기가' 하는 것이 자아감이다.

 

즉 자각하는 그 '누구', 경험하고 있는 그 '누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자아감을 포착하고 그것을 유지해서 마음이 딴 곳으로 흐르지 않게

묶어두면 마음이 집중되고, 집중된 마음과 강한 자아감이 없다면

그때 화두를 들어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자기 행동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자아감을 포착하는 단초가 되어준다. 그 지점에서 더 나아가 바라

보고 있는 나를 확연히 알아가는 의심을 품을 때 공부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이 화두를 들면서도 화두를 드는 나를 보고 있다면 아직은 자아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단계이다. 《육조단경》에서 신수의 게송처럼 거울과

거울을 닦는 나가 있다면 홍인 대사의 표현처럼 아직 문 밖에 있는 것이다.

 

"일체의 번뇌 망념이 없어지고 자연히 나와 경계도 없어져 하나(一片)가 된다."

종색선사의 표현처럼 화두 의심으로 한 덩어리가 될 때 비로소 의단疑團이

독로(獨露, 홀로 드러남)해지고 안과 밖이 밝아지는 지혜가 열리게 된다.

 

선 수행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함이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나'라는

상을 떠날 때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나고, 지혜의 길이 열리고, 활발발

대자유인의 보살행이 나온다는 옛 스님들의 말씀을 새긴다.

물흐르고 꽃은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