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주머니 속 선업의 씨앗을 뒤적거리다
요즈음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귀하게 다가온다.
도량에 들어서는 모든 이들이 반갑다.
주머니에 사탕이라도 넣고 다니다가 아이들에게 한 움큼 쥐어주고,
누가 부처님 앞에 떡이라도 공양 올리면 체면불구하고 부엌에 들어가
잘게 썰어 한 조각이라도 사람들 입에 넣어주고 싶다.
그건 머리가 시키는 일이 아니다. 저절로 일어나는 마음 작용이다.
땅끝마을 미황사는 참 멀다. 지난해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사람들이 4천여 명에 이른다. 외국인도 6백여 명이다.
그들은 대부분 유럽 쪽에서 찾아오는 데 독일인이 가장 많다.
그들 중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막상
거리가 멀어 취소하기도 하는 데 그런 이들이 참가자 수만큼 많다.
영종도 공항에 내려 강남버스터미널로 이동, 다시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해남에 내린다. 그러고 나서 다시 40여분을 터덜거리는 시골 버스를 타야
비로소 절에 도착하는 아주 긴 여정이다.
나는 가만히 앉아 절에서 만나지만 찾아오는 사람의
수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들이 얼마나 애를 쓰고
정성을 들여 찾아왔는지 알기에 1분1초 허투루 만날 수 없다.
사실 가까이서 오거나 멀리서 오거나 모두가 귀한 만남이다.
인연이기 때문이다. 그 만남은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 하더라고 결코 작은 인연이 아닌 것이다.
오늘도 밖을 내다보다가 마당을 거니는 이들을 보니,
절로 반가움에 미소가 나오고 무언가 줄 것은 없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옛 스승은 선이란 박에서 얻어들은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라
자신의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일이라고 했다.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며 철저한
자기 용서를 통해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무한한 창조력을 일깨우는 작업이다.
십선업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억지로 몸과 말과 마음을 하나하나 생각으로
지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행을 통하여 통찰의 지혜 속에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직관이고 미소이며, 부드러운 말이고 진실한 마음이다.
툇마루에 앉아 파란 하늘에 퍼지는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와 나뭇잎 흔들고
가는 살랑대는 바람에 청량한 법문이 실려 있음을 느끼면 좋겠다.
물흐르고 꽃은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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