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을 다 보는 눈을 갖자
시간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이다. 행여라도 남들에게 드러
나지 않는 죄라 하여 범하지도 말자. 부귀니 명예니 모두 뜬구름 같은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는 장단점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우리는 사물이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한쪽만 보기 쉽다.
앞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뒷모습은 볼 수가 없다.
반쪽만 보았으면서도 다 본 것으로 착각한다.
이성을 사람의 눈으로 바라볼 때도 미래에 있을 미움에 대한 것까지 함께 보자.
사랑하고 있는 동안에도 미움의 싹은 트고 있고,
미워하고 있는 동안에도 사랑의 에너지가 싹터 가고 있다.
살아 있는 이 순간에도 죽음의 싹은 트고 있고,
죽고 나면 또다시 태어나기 위한 에너지가 생성된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양쪽을 다 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한쪽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는 맨땅에 말뚝 박듯이 간곡한 심정으로 해나가면서
'나'에게 유리한 일이라도 '남'에게 불리함을 주는 일이면 멈춰야 한다.
땅이 단단하면 할수록 온 힘을 쏟아 망치질을 반복해야만
겨우 말뚝을 박을 수가 있다. 어려운 일일수록 끝까지
반복적으로 노력하되 일하는 동기와 목적도 순수해야 한다.
모든 일의 결과는 먼저 수고와 노력을 쏟은 다음에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절도범과 도둑맞은 사람, 도둑 잡는 수사관이
부처님께 간절하게 기도를 하고 있다고 보자.
첫째 도둑은 "부처님! 절대 잡히지 않게 해주십시오.
벌이는 없고 처자식과 먹고 살자니 오죽했으면 도둑질까지 했겠습니까?
절대 잡히지 않게 해주십시오."
둘째, 도둑맞은 사람은 "부처님! 지난 수년간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온갖 고생을 견디며 피눈물로 모은 돈입니다.
이 돈 못 찾으면 자식 대학도 못 가게 되고 온 가족이 굶어 죽게 됩니다.
제발, 이 돈을 훔쳐간 도둑이 꼭 붙잡히게 해주십시오."
셋째, 수사관은 "부처님! 저는 정년을 앞든 경찰관으로
지난 30년 동안 범죄자 소탕을 휘해 최선을 다해왔습나다.
남의 재산을 훔친 도둑을 꼭 제 손으로 검거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특진도 포상도 바라지 않습니다.
범죄를 뿌리 뽑는 것이 저의 임무이오니 저의 임무를 다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세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정성껏 기도를 한다면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응답해줄실 것이다.
첫째, 절도범은 아무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더라도 반드시 붙잡혀서
자신 저지른죄의 대가를 치르며 참회할 기회와 자수할 마음을 일으키게 해줄것이다.
둘째, 도둑맞은 사람은 돈 관리를 소홀히 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기회를
제공해주어 자기 책임도 크다는 걸 점차 깨달아가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앞으로는 재물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굳게 다짐하는 기회를 줄 것이다.
셋째, 수사관은 범인 검거의 동기와 목적이 순수하고, 개인 이익이 아닌 사회정
의를 위함으로 범인을 검거토록 하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렇게 세 사람 모두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게 된다.
만약 수사관이 법인을 검거하여 특진이나 포상금을 노린다면 그 동기와 목적이
불순하므로 그때는 옆자리의 선량한 다른 수사관이 검거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기도나 일을 하더라도 동기와 목적이 순수해야 이루어진다.
이처럼 나만 위하는 생각이 많은 것은 단면만을 보기 때문이다. 전후좌우를
잘 살피면서 죄업을 소멸시켜 나가고, 수시로 참회하며 복을 지어나가 보자.부질
없는 것 탐하지 말고, 남의 것 빼앗아 나를 채우려 하지도 말자. 생각을 멈추
면 진실이 보인다. 산란함 속에서 고요를 보고, 달리는 가운데 휴식 있음을 보라.
사라진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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