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명
한때 건강도 신통치 않고 전법도 여의치 않아 부처님께 하소연한 적이 있다.
“이제 그만 가고 싶네요.”
그러자 곧바로 아미타 부처님께서 응답해 주셨다.
“지금 오면 본전이다.”
‘네에? 본전이라고? 기껏 와서 본전치기만 하고 갈 순 없잖은가?’
그런데 무엇이 본전이라는 말씀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40년가량
참선 수행과 전법에만 전념해 왔고, 정토 수행과 전법을 소홀히 한 것 때문이라
여겨졌다. 돌이켜보면 최초로 안심(安心)을 얻은 것은 순전히 부석사 아미타불의
가피가 아니었던가? 또한 부처님의 범종 불사 계시 덕분에,
어려웠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이에 착안해 극락정토에 관한 경전과 자료들을 새롭게 공부하면서,
그동안의 무지를 깨닫게 되었다. 극락정토를 그냥 최상의 천상세계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크나큰 오해이자 착각이었던 것이다.
사바세계의 천당은 인과에 입각한 곳이다.
아직 지옥과 천당이라는 이분법적 견해를 벗어나지 못한 곳이다.
한마디로 윤회게임을 벗어나지 못한 가상현실이다.
극락정토는 인과법을 초월한 해탈게임 가상현실이다.
문턱이 낮아 누구나 갈 수 있다. 오히려 사바세계의 천당보다 가기도 쉽다.
가기만 하면 퇴보가 없다. 모두 해탈해서 일생보처보살이 된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다.
이에 『아미타경』을 넉자배기로 번역해 독송하고 강설하며, 아미타
명상을 새롭게 연습하던 중, 인터넷에서 여산 동림사 대불을 보게 되었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48대원을 상징하여 불상의 높이만 48미터에
달하고, 연화대까지 합하면 자그마치 82미터가 되는 엄청난 크기의
아미타 불상이었다. 산꼭대기에 서 있는 야외 대형입상이건만,
금빛 색상 또한 수려하기 짝이 없었다.
서둘러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모집하여 마침내 2023년 11월 22일, 중국
정토종의 본산인 여산 동림사로 출발하였다. 일찍이 여산 혜원 법사가
이곳에서 백련결사를 맺어 아미타 부처님을 네 번이나 뵈었으며, 123명의
결사 참가자들이 모두 극락왕생하였다고 하니,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다음 날, 동림사에 도착하여 두루 참배하고, 저녁예불을 하며 경행염불을 익히
게 되었다. 방식이 다소 낯설었지만,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되어 반갑기도 했다.
다시 이튿날 새벽예불을 하면서, 역시 경행염불을 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불단을 향해 오음염불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앞이 환하게 밝아지며, 이런 말씀이 들렸다.
“나의 아들! 왔느냐?”
이에 황송하여 얼른 답하였다.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씀드렸다.
“정토 법을 널리 펴겠습니다.”
그러자 다시 응답하셨다.
“그래, 그게 네가 할 일이다.”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십시오.”
“당연하지! 그게 내 일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셨다.
“금련결사를 활성화시키거라.”
‘앗! 벌써 알고 계시는구나.’ 동림사에 가기 직전, 아미타 명상을 꾸준히
실습하면서 금련(金蓮) 결사(結社)를 조직하였다.
살아서는 모든 부처님의 호념을 받고, 죽어서는 극락정토 금빛연꽃에 태어나고자
하는 모임이다. 이를 아직 말씀드린 바 없었지만,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다.
이야말로 불상 보러 갔다가 부처님을 뵙게 된 기쁜 소식이다.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다. 하지만 형상을 떠나서 중생을 제도할 수도 없다. 몸도 형상
이요, 마음도 형상이지만, 결국 형상이라는 방편을 통해 지혜를 계발해 내야
하는 것이다. 방편이 없는 지혜는 속박이요, 방편이 있는 지혜가 해탈이다.
형상이 있는 존재는 모두 허망하다는 견해로 보자면 살불살조(殺佛殺祖)인지
라, 있는 부처도 모조리 없애야 한다. 몸도 아바타, 마음도 아바타,
부처도 아바타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형상으로써 형상을 치유하는 견해로
보자면 활불활조(活佛活祖)인지라, 없는 부처님도 살려내야 할 판이다.
아바타로 아바타를 치유하는 이환치환(以幻治幻)인 것이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 한 손바닥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다.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노력인 인(因)과
부처님의 본원력인 연(緣)이 합쳐져야 비로소 충실한 열매(果)를 맺을 수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선정쌍수(禪淨雙修), 즉 참선과 정토를 함께 닦는 것이다
.-월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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