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태우고 아버지와 아들이 몸 망치다
중국 명나라 신종 만력 15년에 휘주 땅에 정 씨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소의 외양간을 지어놓고 살찐 놈을 가려서 매일 도살하였다.
그아우가 늘 외양간에 가서 보면 소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
아우는 불쌍히 여겨 생업을 다른 직업으로 바꾸고 형에게 말하기를, “저 소가
나를보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니 논밭 가는 소로 파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형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자기가 시험하여 보겠노라고 하면서 이튿날
외양간에 가서 보니 과연 그 소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형은 그것이 미워서 곧 도살하여 삶았더니 그릇 속에서
큰 소리가 나며 쇠고기가 불덩이로 변하여 튀어나와서 집을 모두 태워버렸다.
그래도 형은 생업을 고치지 않았다. 하루는 밖에 나갔다가 쇠고기 팔러 다니는
사람을 만나서 시비끝에 그 사람을 때려서 죽인 탓으로 법에 얽히어 처형되었다.
그 아들은 가슴에 독한 병이 생겨서 오장이 꿰뚫어 보이고 고통이 막심하므로
사람을 만나는 대로 하소연하기를, 아버지가 소를 죽인 탓으로 그 화가
내게까지 미쳤다고 하더니 반년 만에 죽고 그 아우는 무사히 살았다.
- ‘방생, 살생현보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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