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당신과의 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

갓바위 2026. 3. 28. 16:22

 

당신과의 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

 

봄은 해마다 같은 속도로 찾아오고, 비슷한 속도로 지나갑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봄은 유독 짧게 느껴지곤 합니다.

 

꽃잎이 피고 지는 시간이 예전보다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고, 햇살이

손등 위에 머무는 따뜻한 순간도 금세 스쳐 지나갑니다. 왜 그런지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당신과 함께하는 봄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계절은 늘 다른 결을 갖습니다.

특히 봄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의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계절이죠.

겨울의 차가운 기운을 밀어내고 피어오르는 새순처럼, 함께하는

시간은 마음속 굳어 있던 부분을 가장 먼저 녹여줍니다.

 

그래서인지 당신과 걷는 길 위에서는 늘 계절이 저보다 먼저 달려갑니다.

천천히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날의 봄은 금방 끝나 있었지요.

봄이 짧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마도 계절의 낭만 때문일 것입니다.

 

따뜻한 날씨를 오롯이 누리고 싶어 사람들은 서두릅니다.

꽃이 피면 곧바로 보러 가고, 바람이 부드러우면 창문을 활짝 열고 싶어지기

마련이죠. 사랑도, 가족과의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중해서 오래 붙잡고

싶은 순간일수록 오히려 더 빨리 스며들고, 더 빠르게 지나가 버립니다.

행복은 그렇게, 우리가 붙잡지 못하는 속도로 조용히 흘러갑니다.

 

당신과 함께한 봄날의 식탁도 그랬습니다.

빨갛게 익은 새콤한 딸기를 건네던 순간, 따뜻한 국물 위로 올라오던 김에

뿌예진 당신의 안경, 그 위로 번지던 부드러운 봄의 햇살까지.

 

모두 평범한 일상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그날이 봄의 가장 다정한 장면처럼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함께 먹은 점심 식사, 웃음소리, 같은 공간에서 나누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그런 순간들이 모여 시간이 순식간에 새어 버린 것이겠지요.

그러니 어쩌면 봄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봄을 너무 사랑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따뜻함, 가족과 보내는 평온한 저녁, 길 위에서

마주한 작은 미소들이 너무 소중해서 시간의 흐름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일지도요.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당신과의 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시간이 제 삶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순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오래 기억될수록 실제로는 금방 지나가 버리는 법입니다.

찰나에 누른 셔터 속 사진 한 장이 평생을 따라오는 것처럼 말이죠.

 

아마 올해의 봄도 금세 지나갈 것입니다. 아니, 당신과 함께라면 앞으로의 모든

봄이 그럴 테죠. 하지만 그 빠른 순간이 더 이상 아쉽지만은 않습니다.

계절은 스쳐 지나도, 그 안에서 우리가 함께 만든 따뜻한

순간들은 서로의 기억 속에,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을 테니까요.

 

그래서 매년 같은 깨달음을 다시 떠올립니다.

봄이 짧은 것이 아니라, 당신과의 시간이 더 소중한 것이라는 걸요.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