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가구나 집안 살림 그리고 재산에 연연치 마시고 모두 삽한 자루씩만
들고
이 고개로 올라오십시오. 만약 재물에 연연하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되니 제 말을
들으십시오.』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런 폭우 속에 낯선 스님이 나타나 소리를 치니
모두 스님의 말에 따랐다.스님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흙을 파내
물꼬를 터서 무사히 수마를 이길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스님께 합장하며
감사했다.
이튿날 아침 꿈에서 깬 정진선사는 간밤 꿈이 하도 이상하여
폭우를 피했던
고개에 올라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곳엔
흙을 파냈던 자리가 역력하게 남아있으며, 물이 괴었던 자리가 뚜렷했다
.
『이곳이 바로 법당을 세울 명당이로구나.
그러나 천년 후에는 물에 잠길 염려가 있으니….』
그 고개에 절터를
잡으려던 정진선사는 도력으로 천년 후를 내다보고는
다시 길을 떠나 그곳서 멀지
않은 진천 고을에 절을 세우고 법을 폈다.
스님이 떠나고 난 후 이
마을에서는 물이 넘친 곳이라 하여 이 고개를
「무너미고개」, 「수월치(水越峙)
」, 「수여(水餘)」라고도 불렀다.
그 후 천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선사가 묵었던 마을은 「대청댐」이
생기면서 물 속에 잠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