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3생을 3년으로 줄인 대각국사

갓바위 2021. 2. 24. 09:41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스님은 1055년 9월 28일 고려 제11대

임금 문종과 인혜 왕후 사이에서 넷째 왕자로 태어난 분이다.

 

의천스님은 높고 넓은 이마가 시원했다.

깊숙한 눈자위 속에서 형형한 눈빛이 여러 사람을 훝을 때마다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나 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하여 잠시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젖을 먹여도 울고 도무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왕자의 탄생을 기뻐하기도 전에 왕실은 근심에 휩싸였고 마침내 모진병을

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와 근심 속에 어의御醫에게 진찰토록 했다.

어의가 진찰을 해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다시 한 번 자세히 진찰을 해보도록 어명을 내려서 꼼꼼히 진찰을 해보았지만,

역시 이상한 점이라고는 조금도 찾을 길이 없었다. 어의는 할 수 없이

 

"대왕마마, 아무리 살펴보아도 왕자께서 우는 까닭을 알 길이 없습니다.

하오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왕자님의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라고 소견을 밝혔다.

 

문종과 왕비는 답답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목탁소리를 듣기만 하면 왕자가 울음을 딱 그치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문종은

 

"이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저 목탁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 보도록 하라."

고 어명을 내렸다. 이에 두 관리는 목탁소리가 들려오는 서쪽을 향해 길을 떠났고

서해 바닷가에 이르자, 배를 타고 계속 서쪽으로 나아가 항주의 경호에 이르렀다.

 

그 호숫가에 이르자 절이라고도 할 수 없는

조그마한 암자에서 목탁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두 관리는 목탁을 치며 염불하는 스님에게 찾아온 까닭을 설명하고

고려로 함께가서 왕자의 병을 고쳐 달라고 간청했다. 그 스님은

"그것 참 이상한 일이오. 어디 함께 가 봅시다."

 

하고는 고려로 와서 왕자를 만나 보았다. 그래도 왕자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이윽고 스님이 왕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두 손을 모으고 정중히 절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울던 왕자가 울음을 뚝 그치는 것이 아니가!

아니 방긋방긋 웃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이에 문종이 스님에게 고맙다고 치하를 하면서 한 가지 걱정이 더 있다고 했다.

 

그 걱정은 왕자로 태어난 이후로 아직까지 왼손을 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억지로 펴보기도 했으나 도무지 펴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이

"그런 소승이 한번 해보겠습니다."

 

하고는 천천히 왕자에게 다가가서 살며시 왕자의 왼손을 잡고 몇번 쓰다듬었다.

그러자 왕자가 꽉 쥔 손을 활짝 펼쳤다. 그런데 활짝 펼친 조그마한 손에

불무령佛無靈이라는 세 글자가 뚜렷이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이 글을 보고 중국에서 온 스님이 갑자기 왕자 앞에 꿇어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스님, 스님, 우리 스님! 여기서 이렇게 뵐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고 소리를 치며 울기 시작했다.

 

한참 울고 난 스님은 갑작스런 이 광경에 의아해하는 문종을 보며 말했다.

"참으로 기이한 인연입니다. 저의 스승님께서 환생하시어 이 나라의 왕자님이 되셨으니......"

"그 말이 무슨 말이오?"

 

"저에게는 존경하고 따르던 스님 한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본래 가마를 메고 다니던 가마꾼이었습니다. 그

런데 워낙 검소하여 번 돈의 일부를 쓰고 나머지는 반드시 우물에 던져 저축을 했습니다.

 

몇 십년이 지나자, 우물은 돈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평소 불교를 숭상하던 그분은 경호 호숫가에 절을 짓고 스님이 되었습니다.

 

그분의 덕이 높고 불심이 아주 깊어 주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으며 저도 그분을 흠모하여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알 수 없는 일이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스님은 절을 짓고 목탁을 두두리며 기도정진만 하였는데 하였는데,

이상하게도 1년이 지나자 앉은 뱅이가 되었고, 2년이 되어 장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3년째 되는 어느날, 벼락을 맞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 저는 너무도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심이 깊고 염불과 기도정진을

열심히 하신 스승님을 이토록 허무하게 보내다니..... 과연 부처님의 영험은 있는 것인가?

 

부처님의 영험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며 깊은 회의에 빠졌습니다.

저는 도저히 허무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어 은사 스님 왼쪽 손바닥에

 

부처님은 영험이 없다는 부처 불佛자, 없을 무無, 영험스러울 영靈인

불무령佛無靈이라는 세 글자를 새긴 뒤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그 후에도 저는 은사 스님에 대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어 날마다

그 분이 생전에 쓰시던 목탁을 두드리면서 명복을 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은사 스님이 이렇게 바다 건너 고려 땅에서 왕자의 몸으로 환생할 줄이야.....

이제야 부처님의 참뜻을 알 것만 같습니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문종은 몹시 감탄하며

 

"불부령이 아니라, 있을 유有자 불유령佛有靈이구려.

그 스님이 갖가지 어려움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영험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과거 현재 미래 삼생을 거쳐 받아야 할 전생의 죄 값을 3년 만에 모두 받았으니.....

이제 왕자가 모든 죄를 씻고 태어났으니 틀림없이 이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하게 될 것이오."

라고 했다.

 

이렇게 문종의 예언처럼 왕자는 뒷날 출가하여 남달리 불도를 닦아 마침내 대각국사

의천스님이 되었으며, 천태종을 세워 고려 새로운 불교를 꽃 피운 역사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

 

업業이란 몸과 입과 뜻으로 짓게 되는 선악의 행위를 말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태어난 모든 것은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업을 짓게 된다.

 

그 업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선도와 악도가 결정된다.

소태산 대종사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정업은 부처님 능력으로도 없애지는 못하지만, 여러 생에 받을 과보를 단생에 줄여 받을 수는 있다.

정업定業은 받는 시기에 따라 세 가지가 있다.

 

현세에 짓고 현세에 받게 되는 순현업順現業과 현세에 짓고 내세에 받게 되는 순생업順生業,

그리고 현세에 짓고 내세 또는 내내세세 받게 되는 순후업順後業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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