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안長安에 남편이 폐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과부가 된 여인이 아들을 데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 모자는 친척이나 친구 등, 의지할 곳이 없어서 구걸로 생계수단을 삼았다.
그런데 장안 성안에서 쌀죽 가게를 열고 있던 하何씨 부부가
소문을 듣고는 이들을 거두어 자기 집에 머물게 했다.
게다가 그들은 과부모자를 죽 가게의 점원으로 채용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하씨부부는 언제나 넉넉하게 죽을 만들었다.
그래서 항상 죽이 남았는데 하씨 부부는 이 죽을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옆에서 이들의 행동을 보아온 장안의 백성들은 모두 하씨 부부가 아주 좋은 사람들이며
틀림없이 보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씨 부부의 이런 선행들은 모두 관세음보살의 귀에 들어갔고, 눈으로도 보였다.
얼마 후 귀인貴人으로 변신해 하씨 부부를 찾아간 관세음보살은
그들에게 벽옥여의碧玉如意를 주었다.
그리고 보살은 그들의 사업이 재난 없이 번창하도록 도왔으며,
두 사람이 건강하고 장수하도록 해 주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관세음보살은 팔만 사천 공덕의를 입고
중생들이 하는 선행 하나하나를 모두 기록한다고 한다.
엽의 관음이 나타난 사연으로 전해지는 위의 이야기에 의하면
보살이 입는 옷은 잎사귀로 된 옷이 아니라 '팔만 사천 가지의 공덕'이다.
이런 선행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옷이라면 눈에 보이는 그런 옷이 아니다.
엽의관세음보살이 이런 옷을 입는다는 것은 보살이 공덕을 쌓는 사람,
즉 선행을 하는 불자들을 찾아다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엽의관세음보살은 왜 선행하는 불자들을 찾아다니며 기록할까?
그것은 이 세상이 그런 정보들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세상에 행해지는 것이 악행들뿐이고
그런 정보들로만 가득 찬다면 이 세상은 파괴되어 버린다.
우리가 몸으로, 입으로, 뜻으로 하는 행위, 즉 삼업三業이 사라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라지는 것은 삼업이 아니라 물질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색(色 물질)이 사라지면 색의 작용인 수, 상, 행, 식도 사라진다.
그래서 부처님이 '오온五蘊은 무상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온이 만든 삼업, 즉 행위에 대한 정보는
사라지지 않고 이 우주에 그대로 기록되고 보관된다.
보관된 그런 정보들에 의해서 다음 생명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니
그 결과 윤회가 성립되고 과보가 생겨난다.
생명이 순환하는 이치가 이와 같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은
선행을 기록하여 그것으로 옷을 삼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팔만 사천'은 단순히 숫자 84,000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많다는 의미이다.
우리 세상에서 이루어진 좋은 일이 어찌 84,000가지만 되겠는가.
이런 까닭에 엽의 관음은 여러 가지 선행의 인연을 맺어주기도 한다.
즉, 권선(勸善 선행을 권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권선 역시 하나의 공덕이니 관세음보살도 공덕을 쌓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은 최상급의 보살이니 혹시 성불하기 위해서는 공덕을 쌓는 것일까? 아니다.
이는 눈 먼 제자인 아나율을 위해 그의 옷을 기워주면서 '여래도 공덕을 쌓아야 한다.
중생을 위해서!'라고 한 부처님의 뜻과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엽의관세음보살이 잎사귀로 된 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된다.
나무가 아무 조건 없이 사람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더위에서 오는 괴로움을
없애주는 것 같이 관세음보살의 자비심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엽의관세음보살을 모시고 화재예방이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남종진 화백의엽의관음도를 보면 보살이 구름 위에서 연꽃을 들고 서있다.
이 연꽃은 사람들이 쌓는 공덕을, 보살을 받치고 있는 뭉게구름은 부석사浮石寺는
절을 지으려는 의상(義湘 6265~702) 대사를 도운 선묘善妙 아가씨의 공덕을 상징한다.
남 화백은 이런 상징물들을 배치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팔만 사천
공덕의를 입고 선행을 권장하는 엽의고나세음보살을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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