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琉璃관음
관세음 보살이 '유리(glass)'로 된 항아리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유리 항아리 속에는 좋은 향이 들어 있어서 아예 유리 향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통적인 유리관세음보살의 모습을 보면 제법 큼직한 유리 향로가 보살의 손에 들려 있기도 하다.
중략
유리는 불교에서도 귀중하게 취급되었다.
그 증거가 바로 일곱가지 보물이 칠보七寶에 유리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무량수경>>에는 금, 은, 유리, 마노(瑪瑙 바위 속에서 생기는 아름다운 돌),
거거(車渠 보석처럼 아름다운 돌로 차거라고도 함),
파리(玻璃 투명한 유리로 파려라고도 함), 산호의 일곱가지로,
<<법화경>>에는 금, 은, 유리, 마노, 산호, 호박, 진주의 일곱 가지로,
<<월인석보>>와 <<석보상절>>에는 금, 은, 유리, 파려, 차거, 마노, 적진주의 일곱 가지로 되어 있다.
따라서 유리로 된 향로나 항아리에 향이 담긴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유리로 된 제품이 담고 있는 최고의 보물은 사리다.
전북 익산의 왕궁리 5층 석탑(국보 제289)에서 나온 녹색의 유리 사리병
(국보 제123~2호)은 그 입구가 연꽃봉우리 형태의 금으로 봉해져 있다.
이는 황금보다 유리가 더 귀하게 사용된 경우다.
그렇다면 유리관세음보살은 왜 향이 든 유리 항아리를 들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전해오는 답변은 '향의 향기가 퍼져 나가는 것 처럼
관세음보살의 설법이 널리 퍼져 나가 중생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세음 보살은 여러 경전에 등장하여 설법을 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경우는 바로 <<반야심경>>이다
공空의 이치에 관한 관세음보살의 설법으로 된 <<반야심경>>은 불교신자라면
기본적으로 외우는 경이닌 관세음보살의 설법이 널리 퍼져나간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리관음은 향왕관음 香王觀音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유리관음을 부르는 또 다른 명칭은 고왕관음高王觀音이다. 고왕관음은
<<고왕관세음경高王觀世音經>>과 관련이 있는데 그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자.
동위(東魏 534~550)의 천평(天平 534~537) 연간의 일이다.
정주定州사람인 손경덕孫敬德은 집에 관음상을 모시고 공양할 정도로 독실한 불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도적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는 바람에
억지로 항복하여 그의 부하 노릇을 하다가 관군에게 잡혔다.
손거사는 경위를 설명했지만 관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손 거사는 감옥에서 사형집행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전생에 저지른 죄의 과보를 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그 죄업을
소멸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여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그런데 사형집행일 전날 밤 그의 꿈에 한 스님이 나타나더니
<<구생관세음경求生觀世音經>>을 가르쳐주면서 천번을 외우면
너의 죄업이 소멸되고 나아가 이 형벌도 면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잠에서 깬 손 거사는 그 즉시 꿈에서 스님이 가르쳐준 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형장에서 손 거사의 목에 칼이 떨어지기 직전에 천번을 외웠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손 거사의 목을 내리친 칼날이 두 동강 나고 말았던 것이다.
망나니는 물론이고 감독하는 관리나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망나니는 다른 칼로 다시 내려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손 거사의 목은 멀쩡했다.
이렇게 칼이 세 자루나 동강 나자 관리는 사형집행을 중지하고 이 일을 조정에 보고했다.
이 보고를 받은 승상丞相겸 발해왕渤海王 고환高歡은 황제에게 상소하여 손 거사를 석방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사형을 면하고 풀려난 손 거사가 집에 와서 보니 자신이 모시던
관세음보살상의 목에 칼에 의해 난 것 같은 자국이 세개나 있었다.
이에 감격한 손거사는 자신이 외운 경의 내용을 써서 사람들에게 나
누어주었다는데 사람들이 이를 <<고왕관세음경>>이라고 불렀다
위의 이야기에서 고환(高歡 496~547)은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인데
북제(北齊 550~577)의 실질적인 창업자다.
그는 발해군渤海郡의 수(蓨 지금의 하북성 경현의 옛날지명)
지역 사람으로 발해를 기반으로 하여 자립했다.
고환은 출신지의 명칭이 발해이고 북위北魏의 마지막 황제 때의
동위東魏의 실권자였으므로 실제로 발해의 왕이라는 직위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발해돵 고환, 즉 고왕高王에 의해서 죽음을 면했다고
<<구생관세음경>>이 <<고왕관세음경>>으로 이름이 바뀌었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앞에서 살펴본 능정관음으로부터
구원을 받은 고매顧邁의 일이 의문이 된다.
(19. 능정관음편참조) 고매는 손경덕 보다 약100년 정도 앞서
<<고왕관세음진경>>을 읽었으니까 말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고매가 사실은 손경덕보다 후대의 사람이라면 된다.
아니면 두 경이 다른 경이라야 한다.
그런데 상황을 보건대 두 경은 지금 우리가 <<고왕경高王經>>이라고 부르는 그 경이다.
그렇다면 고매가 읽었던 경은 사실은 <<고왕관세음진경>>이 아니라
<<구경관세음경>>이지 않았을까?
그래야 고매가 능정관음이 구해주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이어서 고매가 살던 중국의 남부지역에 유행하던 <<구경관세음경>>이
약 100년뒤에 손경덕이 살던 중국의 북부지역에 유행하게 되면서
<<고왕관세음경>>으로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손경덕 시대 이후부터 <<고왕관세음경>>이란 이름이
더 유명해지자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고매가 읽은 경이
<<고왕관세음경>>이 된 것으로 보면 고왕高王에 얽힌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중략
남종진 화백의 유리 관음도에는 관세음보살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 도자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전형적인 유리관세음의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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