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스님
중국 당나라 때의 진종숙이라는 스님은 도인으로 명성이 자자한데도 절에서 살지 않았다.
큰 절에 있으면 엄청난 예우를 받을 수 있음에도 다 허물 어져가는 집에서
작업복 같은 허름한 승복을 입고 짚신을 삼으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그리고 여분의 짚신은 대문 앞에 걸어 놓고 오가는 길손들에 게 그냥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사는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대접을 받는 것 자체가 빚이라고 생각 한 것이다.
그는 젊었을 때 절강성 용흥사라는 절에서 일천 여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호령하면서 산 적도 있었다.
그때도 숨어서 짚신을 삼아 대중에게 몰래 나누어 주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모든 걸 버리고 숨어 살면서
입에 풀칠할 정도가 되면 나머지 짚신은 남들에게 그냥 주었다.
말 그대로 적선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짚신스님'이라고 불렀다.
아무리 감추어도 사향의 향기는 퍼지기 마련이고
호주머니의 송곳은 삐어져 나오기 마련이다.
후배 승려들이 배우기 위해 그를 찾아 왔다.
하지만 그는 전부 문 앞에서 쫓아버렸다.
젊었을 때처럼 대중을 또 모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접받는 것을 빚이라 생각하여 받지 않는 것, 짚신을 삼으면서 정신을 한 곳으로 모아
삼매에 몰입하는 것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문화의 가치창출이다.
스님에게 짚신을 만드는 행위란 단순한 호구지책이 아니라 수행을 위한 방법론이었다.
원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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