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스님 좋은 말씀

육체를 벗는 날

갓바위 2021. 8. 28. 09:17

 

화장장에 가면 "화장 중"이라는 빨간 불이 켜지고 두 시간 정도 있으면 한 줌의 재가 나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그렇게 한 줌의 재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인생의 무상함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출가한 이후 저는 참으로 많은 분들의 죽음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30대 중반이 다 지나가도록 저는 다른 사람의 죽음에 내 죽을을 대입시키지 못했습니다.

타인의 죽음은 타인의 죽음일 뿐 내 죽음이 아니 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죽는다는 것을 생각이나 머리로만 알았지요. 그저 출가 수행자이니까

떠나가시는 분이 편안하게 가시도록 정성스럽게 염불해드려야 한다는 마음만 있었습니다.

 

시신을 태우는 동안 사람들은 커피도 마시고 물도 마시고 술도 한 잔하고

담배도 피우고 어디론가 바삐 전화를 걸어 사업 이야기도 합니다.

 

저녁에  만나서 뭘 먹을 것인지 의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족들은 유골을 넣을 어떤 유골함이 좋을지 신중하게 고르기도 하지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삶과 죽음이라는 대조되는 모습 말입니다.

화장터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풍경들이 예전엔 내 삶과 동떨어진 것이라 여겨졌는데

그러나 언젠부턴가 화장장이나 매장하는 묘지가 낯설지 않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화장(火葬)이 끝나고 유골이 나오면 마치 내가 내 몸을 태운 것처럼 홀가분함을 느낍니다. 
슬픔도 사라지고 안타가움도 사라지고 그것은 그냥 무(無), 공(空)입니다.

있다가 없어지는 무(無) 공(空)에 대한 경험은 꼭 집어 말로 표현 할 길이 없습니다. 

살아있을 때 보이던 사람이나 죽어서 보이던 시체가 보이지 않는

그 상태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연기로 변하여 사라지는 존재의 그  텅~빈 고요함, 육체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느낄 수 있는 분도 없진 않을 것입니다.

 

육체에 의지하고 있던 사람이라는 존재가 육체를 벗어나

얻게 되는 그 홀가분함을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육체는 그냥 껍데기일 뿐입니다

껍데기일 뿐인 육체는 걸어 다니는 조각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오온(五蘊 : 육체, 느낌, 생각, 욕망,인식)의 덩어리며 온갖 분별 망상

번뇌의 본거지이던 육체라는 집 이 집이 부서지는  것을 그동안은


그리도 엄청나게 걱정하고 염려했건만 마침내 타버리고 부서져

한 줌의 재가 되는 순간 육체라는 집은 흔적도 없어지집니다.

 

건물이 있다가 부서지면 공간이 넓어지듯이 육체도 있다가 사라지면 텅~빈 
허공(虛空)과 하나가 되어 무한대로 넓어집니다.

 

육체라는 경계(境界)가 사라지니 그토록 작던 육체에 갇혀있던

존재가 갑자기 측량하기 어려운 무한한 허공(虛空)으로 섞여들게 되지요

 

육체를 벗는 날이 오면 우리들 모두 웃으며 사라집시다.

허공(虛空)에 점 하나 남기지 말고 훨훨, 아주 자유롭게 이 풍진 세상을 떠납시다.

그렇게 하려면 매 순간 마음공부하는 정진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삶이 짐스럽고 고단하고 괴롭고 두려우면

죽음은 더욱 짐스럽고 고단하고 고통스럽고 두려울 것입니다. 
삶이 즐거울 때 비로소 죽음도 즐겁습니다.

 -  정목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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