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계사 동제스님
▒ 청취자 질문
스님, 가족화합을 위한 기도 안내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음을 비운다고 해도 쉽게 안 되네요..
▒ 스님 말씀
가족간에 뭔가 문제가 있는 듯 하군요.
절에 있을 때도 이런 상담을 많이 접하거든요..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이 '고슴도치 사랑'이에요.
상대방을 사랑해서 가까이 다가가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가시 때문에 상대방을 찌르는 거죠.
고슴도치 두 마리가 그래서 서로 찌르는.. 고슴도치 사랑.
아예 사랑 안 했으면 가까이 안 갔을 텐데
사랑해서 가까이 가니까 자꾸 찌르게 되는 거죠.
그래서 화합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나 있는 가시 때문인 거죠.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 돼요.
자기 마음에 모난 부분이라든가.. 이 가시를 뽑아 버려야 돼요.
그럴 때 도움이 될 만한 게 절에 '육화경(六和敬)'이라는 게 있어요.
육화경은 여섯 가지 화합하고 공경하는 방법인데
절에서 스님들이 대중생활하는 데 필요한 교훈입니다.
여기서 '경'은 경전이라는 뜻이 아니고, 공경한다(상대방의 명예와 이익을 존중)는 뜻입니다.
이 중에 가족에겐 세 가지 정도가 도움이 될 듯 한데
첫 번째는 신화경(身和敬) - 몸으로 화합하고 공경한다..
방법은 신화공주(身和共住) - 몸으로써는 같이 머물러야 한다..
아무리 서로가 사이가 안 좋고 나빠져도, 정해진 공간에 항상 함께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머문다'는 표현이 공간적인 의미도 있지만, 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가족 공동체 생활에서 누구 한 사람은 막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놀고 있다든지
다른 사람은 다 힘든데, 나만 놀고 있다든지 아니면 정반대로
다른 사람은 다 편히 쉬고 있는데,
나 혼자만 굳이 일거리를 끄집어내 가지고 안 도와준다고 투덜댄다든지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항상 같이 머무르고 같이 생활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구화경(口和敬) - 이건 입으로써..
구화무쟁(口和無諍), 서로 입으로 말싸움이 없어야 한다..
이건 말다툼을 하지 말라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는 의화경(意和敬) - 의화동사(意和同事)라고 해서, 뜻으로는 같은 일을 해야 한다..
가족들이 일이 전부 각기 달라요.
아빠는 밖에서 직장생활 하고, 엄마는 살림하고, 아이들은 공부하고..
일이 다르니까 사는 목적도 달라지게 돼요.
이러면 이제 화합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각자 다른 일을 하더라도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항상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진다면 가족화합에 도움이 될 겁니다.
너무 조바심내고 욕심내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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