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스님 좋은 말씀

정체성正體性

갓바위 2021. 10. 7. 08:35

 

한 몸이면서 동시에 한 몸이 아니다

나는 한 몸이지만 또한 한 몸이 아닙니다.

나는 여자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딸이기도 하고, 부인이기도 하며, 엄마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고모가 되기고 하고, 이모, 며느리, 형수, 제수, 조카며느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밖에 나가면 학부모이면서 반대로 선생님이기도 하며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주머니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몸은 하나지만 우리는 수없는 많은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한몸이지만 한 몸이 아닌 것입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는 아버지요, 남편이고, 또 아들이요, 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이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의 손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때로는 작은아버지, 이보부, 고보부가 되기도 합니다.

 

밖에 나가면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회사의 말단 직원이면서

동호회 회장이거나 조기축구회 선수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 몸이지만 동시에 여러 몸이기도 합니다.

 

한 몸이지만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고 있는 우리는 각각의 자리에서 소임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들로서의 소임은 다하면서 아버지로서의 소임에는 소홀하지 않습니까?

어머니로서의 소임은 넘치게 하면서 딸로서의 소임은 모자라게 하지는 않습니까?

 

집안에서는 잘하면서 집 밖에 나가면 온통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는 않습니까?

반대로 집 밖에서는 무엇이든 적극적이면서 집안에서는 무관심하지 않습니까?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그리고 어느 하나를 넘치게 잘한다고 해서 어느 하나는 못해도 된다는 정당성은 주어지지 안습니다.

우리는 늘 각각의 자리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자리에 있든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때 우리에게 도움이되는 것이 스스로에게 묻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우리로 하여금

각각의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할 것입니다.

혜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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