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스님 좋은 말씀

복 짓는 길

갓바위 2021. 11. 17. 08:49

 

복 짓는 길

 

한 회사의 사장이 어떤 절에 아주 많은 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절의 주지는 고맙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장은 은근히 화가 났다.

"아무리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지는 이렇게 소리쳤다.

''이봐요. 지금 당신이 복을 짓고 있는데, 내가 왜 거기에 감사를 해요?"

그런 일이 있은 뒤의 어느 날의 일이었다. 주지가 어딘가를 가다가 보았다.

 

한 아이가 처마 밑에서 떨고 있었다. 차림새로 보아 거지 아이였다.

주지는 그 아이가 불쌍하여 가지고 있던 돈을 다 내어 주었다.

이번에도 그 아이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없었다.

주지는 그 아이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얘야. 누가 뭘 주면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느니라. 그것이 세상의 예법이니라."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는 주지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이놈, 복은 네 놈이 짓고 있는데, 내가 왜 네놈에게 인사를 해?"

 

주지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이었다.

주지는 크게 깨우친 바가 있어 그 즉시 주지 자리를 내놓고 버려진 암자를 찾아

그곳에 살며 수행에 전념할 뿐 누구에게도 더는 아는 소리를 하려 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분명하다. 마음에 새기고 새겨서 아주 뼈와 살이 되지 않은 것은

생활 속에서 반드시 그 한계가 드러난다. 머리로만 아는 데 멈추면 위에 소개한 주지 짝이 난다.

막상 자신이 그 자리에 서면 자신도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그래도 저 주지는 아름답다. 그 즉시 주지 자리를 내놓은 것도, 그 뒤로 평생 동안

수행을 하며 산 것도, 누굴 만나든 섣불리 자신의 공부를 드러내려 하지 않은 것도.

여기 또 하나의 아름다운 일화가 있다.

 

그는 박학다식한 한학자로 이름이 높았다. 1800년대의 인물이다. 아즈미 곤사이라는 이다.

젊은 시절 곤사이는 부모가 맺어주는 대로 같은 마을 농부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곤사이는 대단한 추남이었다.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내는 곤사이를 업신여겼다.

 

곤사이는 사는 게 고통스러웠다.

결국 아내와 이혼을 한 곤사이는 고향을 떠나 일본 제1의 도시인 도쿄로 나왔다.

그곳에서 그는 밤낮없이 공부에 힘을 쏟았다.

그 보람이 있어 곤사이는 한학자로서 천하에 이름을 날리게 됐다.

 

많은 이가 곤사이를 찾아왔다. 그중 여덟아홉은 곤사이에게 물었다. 모두 같은 질문이었다.

"저 분은 누구십니까?' 거실 벽에 걸린 한 여인의 초상화를 보며 묻는 말이었다.

"전에 함께 살다 헤어진 아내입니다." "그런데 왜 그 여인의 초상화를?'

 

"저 사람은 내가 못생겼다고 구박이 심했어요. 아예 사람 취급을 안 했지요.

만약 그때 저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 시골에서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거기서 생을 마쳤을 게 틀림없어요.

 

제가 오는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저 사람 덕분이에요.

그래서 그 은혜를 잊지 않으려고 초상화로 그려 걸어두고 보고 있습니다."

내가 남에게 잘한 일은 모두 물에 흘려보내고, 남이 내게 잘해 준 일은

하나도 잊지 말고 돌에 새겨두라는 말이 있다. 복 짓는 길 중의 하나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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