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법륜 스님 희망 편지

절도 다니고 교회도 다니고

갓바위 2022. 5. 8. 08:31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전공 때문에 여러 사상을 공부하는데요..
남자 친구랑 헤어져서 힘들면 불교책을 보면서, 남자친구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사람으로 집착을 해서 내가 좀 괴로운 것이다, 그냥 그 사람은 그렇게 지나가게 두어라.. ㅎㅎ
그리고 다른 힘든 일이 벌어지면 또 다른 사상가의 사상을 읽으면서,
그것은 원래 그렇게 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니 고통받지 말자.. 이런 식으로
여러 사상을 상황마다 바꾸어 가면서 제 마음을 다스립니다.
이렇게 저는 종교로 보기보다는 좋은 말씀을 들으러 이 책 저 책 보고 다닙니다.
그래서 교회도 가고 싶고, 절도 가고 싶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해 보일 거 같기도 하고요..
교회 가서 사람들이 물으면 절에도 다닌다고 말할 수도 없고
절에 가서 교회도 다닌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것도 고민입니다. 거짓말을 해야 하나..

▒ 답
ㅎㅎ 가고 싶은 대로 어디든지 가도 좋습니다.
내가 물건을 사러 갈 때도 이 가게 가도 되고, 저 가게 가도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러나 가게주인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우리 가게만 왔으면 좋겠다.. 요즘 왜 안 오나?
물어볼 수 있는 건데.. 너무 솔직하게 말하면 가게주인 기분 나쁘니까 좀 얼버무리고 넘어가면 되고..
자기에게 불리한 대답은 안 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래도 됩니다. ㅎㅎ
곤란한 질문 받으면 얼른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리면서.. 인생은 이렇게 위트도 좀 있어야 해요.
인생을 너무 고지식하게 살면 삶이 피곤해요..

그런데 교회나 절에서 '어디 갔었냐?' 물을 수는 있으니까..
목사님이나 스님은 가게주인 입장이니까.. 그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 하고..
어디 갔었냐고 물어보는 사람, 미워하지는 말아야 해요.
꼭 뭐 우리 가게 안 오니까 기분 나빠서가 아니라, 안 오니까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또 자꾸 꼬치꼬치 물으면 '네, 그 물건은 저 가게에서 샀어요.' 말하면 돼요.

(그런데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은요.. 그렇게 살면 벌 받지 않을까요? ㅎㅎ)
요즘엔 옛날과 달라서 국적도 두 개 가질 수 있고..
결혼도 옛날엔 남편이 죽어도 바꿀 수 없었지만 요즘엔 남편 살아 있어도 바꿀 수 있잖아?
종교도 이 종교에 있다가 저 종교로 가도 되고, 저 종교에 있다가 이 종교로 와도 되고
또 두 종교를 동시에 가져도 되고.. 아무것도 안 가지고 자기처럼 구경 다녀도 괜찮고.. 그건 내 자유에요.
그래서 요즘 서양에는 '크리스챤-부디스트'가 굉장히 많아요.

기독교 배경에서 자랐는데 불교로 개종하려니까 인간관계 문제가 생기고..
그렇다고 기독교에만 있기도 그렇고.. 그래서 신앙으로는 기독교를 유지하고, 담마 진리로서는 불교를 공부하고
그래서 자기는 기독교 배경을 가진 불자다.. 이것이 '크리스챤-부디스트'입니다. 이런 사람 많아요.
예전엔 사회가 칸막이 된 폐쇄공간이었다면 요즘엔 교류도 활발해지고 열린 공간으로 사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 문제는 없는데.. 다만 가게 주인입장도 좀 고려를 해주면 좋다.. 이 말입니다 ㅎㅎ
이혼해도 전남편 흉보면 안좋은 것처럼, 종교도 여기 와서 저기 욕하고
저기 가서 여기 욕하고.. 이런 것은 안좋아요. 기본 예의는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게 나이하고도 관계가 있어요.
초등학생 때는 교회 가는 게 재미있고, 중학교나 청년기에는 성당 가는 게 멋있어 보이고
그런데 나이가 40정도 넘으면 역시 절에 가는 게.. 역시 인생의 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양다리를 걸치는 게 좋다.. 이런 말씀은 아니에요.
너무 그러면 문화적 충격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불신을 받을 위험이 있어요.
본인이 정 원하면 그래도 된다는 것이지, 굳이 그것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할머니가 저한테 와서 "아이고 스님, 걱정이에요."
"무슨 걱정요?" "제가 지금 기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소원성취가 안 될 거 같아요."
"어떤 기도 하시는데요?" "손녀딸 입시기도 해요. 관음기도 하거든요."
"그래서요?" "그런데 손녀딸이 교회를 다녀요."
그러니까 그 보살님 생각에..
자기는 손녀딸 합격시켜 달라고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부르고 있는데
손녀딸은 교회를 다니고 있으니, 관세음보살이 소원을 안 들어줄 거 같은 거지..
여러분들 생각에도 그렇죠? 안 들어줄 거 같죠?

그래서 제가 뭐라고 그랬게요?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왜요?"
"아이고, 관세음보살이 뭐 보살님 같을 까봐?"
관세음보살이 우리 같아요? 우리보다 마음이 넓어요? 넓지?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이 고3 짜리 여자애가 교회 다닌다고
'에이, 넌 안 돼' 그러실 분이에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관세음보살님은 그보다 훨씬 더 넓으신 분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건,
교회 다니느냐 절에 다니느냐가 핵심이 아니라
어떻게 진리로 나아가느냐가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