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재의 강

갓바위 2022. 11. 25. 11:30

재의 강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석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수행자들에게 설법하셨다.

 

큰 재의 강(灰河-강속에서 불이 타 올라서 물건을 재로 하는 강)이 있었다.

이 강은 극히 뜨겁고 언제나 어두웠다.

그 강의 양쪽 기슭에는 가시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 재의 강에 많은 죄인들이 떠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 현명한 사람이 하나 있어서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무서운 곤경에서 빠져 나와 죽음을 면하려고 생각했다.

 

『나는 어떠한 인연으로 이렇게 뜨겁고

어두운 재의 강을 떠내려가고 있는 것일까?

한시라도 빨리 이 강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강기슭에는 가시나무가 무성하다. 별 수 없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서 상류 쪽으로 가보자.』

 

그는 손발로 물을 저으며 조금씩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한참동안 올라가니까 시계(視界)가 조금 밝아져 왔다.

 

그는 용기를 얻고서 더욱 손발에 힘을 주어 앞으로 앞으로

올라가니까 육지가 보였다. 그는 가까스로 육지에 기어올랐다.

그러나 근처를 돌려보니 저 편에 큰 돌산이 보였다.

 

아주 단단한 결코 무너지지 않는, 구멍이나 틈이 없는 돌산이었다.

그는 돌산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돌산의 중턱까지 오니까 맑고 시원한 물이 솟아서 팔방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차고 깨끗하고, 가볍고, 부드럽고, 향기롭고, 맑았다.

 

그는 그 물을 조금 마셨더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그래서 그는 곧 그 샘물 속으로 들어가서 물을 먹고 몸을 씻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열도 고민도 말끔히 씻어버릴 수가 있었다.

 

그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얼마쯤 가니까 큰 연못이 있는데 수련(睡蓮)이 서 있었다.

 

그는 이 꽃내음을 맡고 더욱 심신을 단련하고

산꼭대기에 다다르니 사층 높은 전각(殿閣)이 서 있었다.

그는 전각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가다듬고 정좌하였다.

 

거기에는 베개와 보료 같은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향기로운 내음의 꽃이 깔려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그는 그 곳에 몸을 깊이 파묻고 베개를 베고 푹 쉬고 있으니까

서늘한 바람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몸도 마음도 매우 편안하게 되었다.

 

이윽고 그는 몸을 일으키어 전각의 창가에 앉아서 저 멀리

재의 강물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여보시오! 재의 강에 있는 사람들!

거기는 뜨겁고 어둡고 강가에는 가시나무가 많습니다.

빨리 강가에서 피하십시오.』

 

강가에서 이 소리를 들은 사람이 그 소리나는 쪽을 보고 물었다.

『어떤 쪽으로 나가면 됩니까? 어떻게 나가면 좋습니까?』

 

그런데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는 사람 중에서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것을 물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

지금 말한 저 사람도 자기가 어떤 쪽으로 가야 좋을지

어디로부터 나가야 되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 모양으로 이 뜨겁고 어두운 재의 강물에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하며 떠내려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물어서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이냐?』

 

석존께서는 이와 같은 비유의 이야기를 하시고

다음에 그 비유의 뜻을 풀이해 주셨다.

재는 세 가지의 악각(惡覺)에 비유한 것이다.

 

삼악각이라는 것은 탐욕의 지각

(知覺-사려분별<思慮分別>을 가지고 아는 것),

노여움의 지각, 남을 침해하는 지각을 가리킨다.

 

강이라는 것은 울들이 윤전(輪轉)하는 애욕의 삼계에 비유한 것이다.

극히 뜨겁다는 것은 우리들의 눈, 귀, 혀, 몸, 뜻의 다섯 가지 관능(官能)이

 

그에 응하는 외계의 색, 소리, 냄새, 맛, 촉(觸), 법(法)의

다섯 가지 대상과 접촉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가시나무가 많다는 것은 그 다섯 가지 대상을

구하는 욕심을 뜻하는 것이다.

 

늘 어둡다는 것은 무명(無明)에 가로막혀서

지혜의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는 죄인이란 우치한 범부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 중에서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은 보살을 비유한 것이다.

수족을 움직여서 물살을 헤치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일심으로 도(道)를 닦고 법(法)을 배우는 것을 뜻한다.

 

조금 밝아졌다는 것은 지금 까지 믿기 어려웠던 도리를 믿게되어,

미혹(迷惑)이 생겨나지 않게 되어 법인(法忍)의 위치에 이른 것을 비유한 것이다.

육지에 올라간 것은 계율(戒律)을 보지 (保持)한 것에 비유한 것이다.

 

부근을 둘러본다는 것은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사체(四諦)의 이치를 보는 것을 말함이다.

 

큰 돌산이라는 것은 온갖 사도망견(邪倒妄見)을

떠난 견고한 정견(正見)을 비유한 것이다.

 

팔방으로 흐르는 샘물은 능히 열반에

이르는 팔성도(八聖道)를 가리키는 것이다.

일곱 가지 꽃이란 능히 수행자의 마음을 다스리는 칠각지(七覺支)를 뜻한다.

 

사층의 높은 전각이라 함은 마음을 한 곳에

쏟게 하는 사신족(四神足)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섯 개의 기둥의 장막은 일체의 선을 낳게 하는 근본인

신(信), 근(勤), 념(念), 정(定), 혜(慧)의 오근(五根)에 비한 것이다.

 

몸을 가다듬고 정좌하였다 함은 무여열반(無餘涅槃-인간적인

고뇌와 분별을 끊고 육체를 버려서

모든 고뇌와 번민을 초월한 경지(境地)를 말함)에 든 것을 뜻한다.

 

향기로운 꽃이 깔려있다는 것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삼매(三昧)의 낙(樂)을 받고 있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보료 잠자리에 몸을 묻히고 쉰다는 것은 여래(如來)의 『깨달음』을

성취하고 인천(人天)이 공양을 흡족히 받고 있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서늘한 바람이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함은 수면도,

일족(一族)도, 자구(資具)도, 선품(善品)도 달관(達觀)하여

현세를 보고 안락하게 지내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소리높이 외친 것은 법륜(法輪)을 전(轉)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강물에서 그의 목소리에 응한 사람이라는 것은 사리붓타(舍利弗)나

목갈라나(目蓮) 등의 성문(聲聞)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였다는 사람이란 후란나카소, 마칼리쿠샤시,

신자빌라키시, 아기타키심바라, 카쿨라카셈앵,

니켄신다자다이훗타라 등 사견(邪見)의 무리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관련 경전 : 잡아함경

'卍 ~ 어둠속 등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도척바위의 유래  (0) 2022.11.28
카츠나 화사의 시주  (1) 2022.11.26
제산을 사등분 한다는 것​  (0) 2022.11.24
자심이 독을 제거하다  (0) 2022.11.20
일미의 자우  (0) 202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