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업을 녹이는 원동력
보성 스님
이 세상의 일이란 낮과 밤의 원리와 같습니다.
어둠이 다하면 밝음이 오고, 밝음이 다하면 어둠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기도에 적용시켜 보면, 어둠은 업장이요 밝음은 기도 가피입니다.
업장이 두터워 뜻과 같이 되지 않을 때,
일월과 같은 부처님의 자비에 의지해 보십시오.
틀림없이 어두움이 사라지고 밝음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오직 '나'의 정성일 뿐이니, 이제부터 정성껏 기도 생활을 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나'를 둘러싸고 있는 업의 껍질을 벗겨보십시오.
밖에서 구하기보다는 기도로써 '나'부터 바꾸어 보십시오.
틀림없이 모든 것이 바뀌고, 주위에는 행복이 충만하게 됩니다.
이제 기도 성취의 또 다른 예를 들어 기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보고자 합니다.
지리산은 무수보살의 상주도량이요,
그 중심은 칠불사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출가하여
모두 도를 깨쳤다고 하여 절 이름을 '칠불사'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칠불사는 6.25사변 전후로 모두 소실되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통광이라는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칠불사 밑의 범왕리 출신으로,
칠불사의 중창을 다짐하며 천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김해 김씨였던 스님은 '지리산
칠불 복구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니며 권선을 했습니다.
그러나 뜻과 같이 복구에 필요한 돈은 모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쌍계사 주지인 고산 큰스님을 뵙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큰스님은 뒷꼭지가 아플 정도로 호통을 쳤습니다.
"이놈아, 네 생전에는 아무리 해봐야 칠불을 복원 못한다.
승려가 승려의 할 일을 해야지, 천일기도 한답시고 종이쪽지에
권선문을 써서 다닌다고 누가 도와주느냐? 술은 사줄지언정 돈은 안 준다.“
자손심이 크게 상한 통광 스님은 며칠 후
휘발유통을 들고 쌍계사 주지실로 찾아가 외쳤습니다.
"스님, 나 좀 봅시다." "누고?"
"통광입니다. 스님 앞에서 휘발유를 몸에 붓고 분신자살 할랍니다.“
"야, 이놈아. 분신자살을 해야 네 속이 시원하겠느냐?
죽어라, 너 같은 놈은 죽어도 싸다."
통광 스님이 결심을 한 듯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고산 스님은 말을 이었습니다.
"죽어도 좋다. 그렇지만 후회 없는 죽음이 되어야 한다.
내 말 좀 들어보겠느냐?" "무엇입니까?"
"이놈아, 칠불은 문수보살님의 도량이다.
그 도량에 살면서 문수보살님과 같은 큰 어른을 모시고 있으면, '
내가 불사하겠다'는 생각보다 '어른을 잘 모시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예?" "이제부터 생각을 바꿔!
문수보살님을 잘 모셔야 할 텐데 법당도 없고 집도 없습니다.
법당도 짓고 요사채도 선원도 지어야 어른을 잘 모실 텐데 저에게는 힘이 없습니다.
부처님 도움 없이는 안되겠습니다. 하고 기도해라.'
나는 죽었다'는 각오로 밥도 먹지 말고 잠도 자지 말고 기도해라.
안 하겠다면 지금 라이터를 켜서 기름통에 불을 붙여라.
어차피 죽을 결심을 하고 휘발유통을 가져 왔으니..."
통광 스님은 그냥 "예"하고 칠불암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잠을 잘 생각도 밥을 먹을 생각도 잊고 오로지 '
심묘장구대다라니'와 '문수보살'을 외웠습니다.
그렇게 7일이 지나 염불 삼매에 잠겨 있을 때 노인 한 분이
비몽사몽간에 나타나 큼직한 열쇠 한 꾸러미를 주며 말했습니다.
"이런 어린애한테 술을 사줄 수야 있나? 이 열쇠들을 줄 테니 네가 알아서 해라."
그 일이 있은 후 칠불의 불사는 저절로 이루어졌습니다.
권선문을 가지고 가면 누구 할 것 없이 동참을 하였고,
많은 이들이 제 발로 칠불사로 찾아와 불사금을 보시하였습니다.
그리고 행정당국에서도 물심양면으로 협조를 하였습니다.
마침내 통광 스님은 문수전을 비롯하여 대웅전, 선열당, 벽안당,
아자방, 보설루, 장경각, 종루, 대향적당을 일신 중창하여 대가람을
만들었으며, 유서 깊은 운상원까지 확장 재건하였습니다.
이 성취담과 같이 기도의 힘이란 참으로 큰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이 이야기가 던져 주는 교훈을 이미 새겼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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