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선호
집착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호하는 것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먹을래, 짬뽕 먹을래?" 할 때
"저는 짜장면 아니면 절대로 안 먹습니다." 하면 짜장면 없으면 괴롭겠죠?
하지만 "저는 짜장면을 선호합니다." 하면
짜장면 없으면 다른 거 먹어도 괜찮습니다.
선호하는 것은, 그 결과가 뜻대로 안 돼도 괴로움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돈을 벌었으면 좋겠어, 지금보다 건강했으면 좋겠어,
더 성공했으면 좋겠어~" 무엇이든 선호하라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결정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불교는 그런 것도 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종교가 아닙니다.
모두 공하니까, 돈도 벌지 말고, 일도 열심히 할 필요 없고..
허무주의에 빠져 있으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무엇이든 선택해서 최선을 다하라..
다만, 집착 없이 마음을 내라는 것입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 바로 그런 말씀입니다.
그랬을 때 오히려 더 강력한 마음을 낼 수 있고
집착 없이, 괴로움이 따르지 않는 마음을 낼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일을 반드시 해 내고야 말겠어. 그러나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아.
마음 먹은 대로 되면 좋지만 안 돼도 괜찮아. 또 다르게 하면 되지 뭐.."
이러면 집착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그 일을 잘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집착을 가지고 하면 '잘 해야 된다'는 부담감,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잘 안 됩니다, 그 일을 망치기 쉽습니다.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걸 보면, 노래를 잘 하던 사람도
사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면 그 높은 기대감 때문에 더 긴장하고 떨어서
오히려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고, 더 못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나도 모르게 그런 집착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계획을 세워도,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자유롭겠어요?
최선은 다하는데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정말 걸림없이 살 수 있습니다.
"꼭 이렇게 돼야 한다. 꼭 저렇게 해야 한다"
이런 게 없는 삶은 너무나도 자유롭습니다.
열심히 하면서도 별로 하는 게 없는 것 같고.. 하되 함이 없이 하게 됩니다.
정말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데 하는 것 같지 않고,
그냥 휴가를 즐기는 것 같고 쉬는 것 같습니다. 삶이 너무나도 재미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유희삼매(遊戱三昧)이고, 놀이 같은 삶입니다
-법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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