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를 하나 내 보겠다.
우리의 얼굴에는 눈과 코와 입과 귀가 달려있는데,
이렇게 이목구비가 얼굴에 몰려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 바로 위에 코가 있고 코 위에 눈이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고양이나 개, 호랑이나 사슴과 같은 포유류는 물론이고
까마귀나 독수리, 참새나 비둘기와 같은 새들도 그렇고, 물고기도 그렇고,
잠자리나 사마귀, 개미나 모기와 같은 곤충도 그렇다.
이목구비가 우리 몸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얼굴에 몰려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난센스 퀴즈가 아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의 이목구비가 얼굴 한 곳에 몰려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먹기 위해서’이다.
만일 우리가 아프리카의 오지에 혼자 버려졌다면,
몇 일간은 우선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서 하루 이틀 지나다 보면 배가 고파지고,
주린 배를 채울 먹이를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그 때 우리의 이목구비는 먹이를 찾는데 총동원된다.
먹이와 관련하여 혀는 ‘근접 화학탐지기’, 코는 ‘원격 화학탐지기’,
눈은 ‘원격 광학탐지기’라고 명명할 수 있다.
먹이로 보이는 것이 원격 광학탐지기에 포착되면,
그것을 채취하여 원격 화학탐지기인 코로 그 성분을 분석하고,
입에 넣은 후 근접 화학탐지기인 혀로 그 유해성 여부를 재확인한 후,
그것이 몸에 해롭지 않은 먹이임이 최종 확인되면 꿀꺽 삼킨다.
적어도 3단계의 확인을 거친 먹이만이 목구멍을 통과한다.
이목구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관은 ‘입’이다.
이목구비 가운데 귀는 그 주된 기능이 입과 상반된다.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먹히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귀는 ‘매질 진동탐지기’이다. 우리가 사는 매질인 공기의 진동을 감지하는
기관이다. 나보다 더 큰 몸을 가진 생명체가 움직일 때 주변의 공기가 진동한다.
큰 소리가 나는 것이다. 몸이 큰 생명체는 나를 잡아먹을 수 있기에
큰 소리가 나면 먹히지 않기 위해서 몸을 숨긴다.
물고기의 경우는 옆줄이 귀를 대신한다.
옆줄은 매질인 물의 진동을 느끼는 기관이다.
자기보다 몸이 큰 물고기가 움직일 때 물에 진동이 일어나고 그런 진동을
옆줄로 포착한 작은 물고기는 먹히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피한다.
요컨대 눈과 코와 혀의 주된 기능은 ‘남을 잡아먹기 위한 것’이고,
귀의 주된 기능은 ‘남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것’이다.
남을 잡아서 그 고기를 먹는 이유는 내 몸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남이 나를 잡아먹는 이유는 내 몸이 고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공통점이다. 먹고 먹히는 비정한 생명의 세계다.
그리고 이는 아버지 정반왕과 함께 농경제에 참석했던
12세 어린 싯다르타 태자의 눈에 비친 생명의 모습이었다.
농부의 쟁기질에 파헤쳐진 흙더미에서 벌레 한 마리가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그 때 갑자기 어디선가 작은 새가 날아와 그 벌레를 물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러자 다시 큰 새가 날아와 그 작은 새를 잡아챈 채 멀리 날아가 버렸다.
싯다르타 태자의 정신이 아득했다. 차마 더 이상 그 모습을 지켜 볼 수가 없었다.
태자는 인근에 있는 염부수라는 나무 그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곤 순식간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떠올렸다.
먹고 먹히는 것이 생명세계의 비정한 현실이었다.
‘고기 몸’의 비극!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생명에 대한 통찰이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