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과 함께 살면서도 몰라
중생의 세계는 부처의 세계와 달리 오해와 다툼이 있는 세계인데,
우리 주변 일상사를 둘러보면 대단히 좋은 마음인데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오해하여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좋은 취지의 일을 함께하면서도 그럴 수 있고,
고부간의 갈등도 그러하리라 여겨집니다.
우리 중생의 삶은 오욕락을 쫓다보니 오탁악세의 고해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것을 해결해 주고자 부처님께서 오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이 세상에 나 홀로 존귀하다,
온 누리가 다 괴로움에 빠져 있으니 내가 이를 편안케 하리라'
그렇다고 해서 부처님께서 모든 중생의 고통을
좌지우지 하시는 걸로 오해하면 안됩니다.
부처님께서는 법화경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 모든 중생은 모두 불성을 지니고 있다'
불성을 가진 모든 중생 자신 스스로가 이 세상의 주인이므로,
자신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을 굴절시켜보는 사람은 항상 고통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추구합니다만, 그 행복이란
오직 내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지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게 아닙니다.
행복해지려면 좋은 사람, 좋은 일을 볼 줄 아는 눈을 떠야합니다.
그러하면 세상은 확 달라져 보일 겁니다.
옛날에 금강산 보덕굴에서 회정스님은
관세음보살 친견의 원을 세우고 삼년동안 천일기도를 하였다고 합니다.
기도가 끝날 무렵 회정대사의 꿈에 귀부인이 나타나,강원도 양구현
해명계곡에 가면 몰골옹, 해명방, 보덕낭자 세명을 만나게 될 것인데,
그들이 관세음보살을 만나게 해 줄 것이라고 일러줍니다.
한 걸음에 양구로 달려간 회정대사는 초가집에서 몰골이 아주 볼품 없는
노인(몰골옹)을 만났는데, 회정대사의 사연을 들은 그 노인은
산너머 해명방의 집을 알려주었습니다.
하루밤을 그 곳에서 묵고 해명방의 집을 찾아가
아주 어여쁜 절세미인 낭자를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된 이야기를 하던 중,
마침 그 낭자의 부친인 해명방이 나무를 해 가지고 돌아와 이 광경을 보고는
'어떤 놈이 내 딸 방에 들어 있느냐'며 노발대발하였습니다.
회정대사가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관세음보살을 만나려면
내 딸하고 결혼을 해야한다고 우겨대어 고민을 하다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려는 원을 이루기위해 하는 수 없이 그 낭자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3년이 지나도록 관세음보살을 만나지 못한 회정대사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 이렇게 안보여주면 이젠 떠나야겠다'고
화를 냈는데 부인도 해명방도 잡을 생각조차 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곳을 떠난 회정대사는 몰골옹에게 가서 그간의 일을 말하고 하소연을 했더니
오히려, '그대가 데리고 살았던 여인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며
해명방은 대세지보살이었는데 그것도 몰랐느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몰골옹 자신은 보현보살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힌 회정대사는 얼른 집으로 달려가 보았으나
관세음보살도 대세지보살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현보살이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몰골옹이 있던 곳으로 가보았으나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가정은 물론 주변에 이미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보현보살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이 세상 그대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정토인데
우리가 모르고 살아갈 뿐입니다.
관세음보살을 만나고 싶으세요? 관세음보살이 되세요.
내 마음이 관세음보살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관세음보살을 볼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거든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착한 며느리를 보려면 내가 먼저 좋은 시어머니가 되어야 하며,
남편이 사랑스럽거든 내가 먼저 시어머니께 잘 해야 합니다.
자식이 올바르기를 바라거든 내가 먼저 부모님께 지극정성으로 효도를
다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씨, 가족끼리 서로 먼저 위해주고
정해주는 마음씨가 곧 관세음보살의 마음이며 대세지보살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순탄한 가정에서보다 어려운 가정여건 속에서
오히려 더 사랑이 깊어지고 효행이 빛나는 법입니다.
그래서 보왕삼매론에 이르기를,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고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병 없기를 바라지 말고,
늙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죽지 않기를 바라지 마십시요.
부처님께서는 늙고 병들고 죽는 법을 가르치러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깊이 생각해 보십시요. 안되는 걸 되게 하려고 고집부릴 게 아니라,
변화를 잘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나이에 걸맞게, 연륜에 '답게', 고통도 받아들이고, 늙음도 받아들이고,
죽음까지도 자연스레 수용할 줄 아는 큰 그릇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입니다.
행복은 결코 돈으로 얻을 수 없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하면 편리하기야 하겠지만 물질을 약 쓰듯 잘 써야지,
잘못 쓰면 오히려 독이 되는 법입니다.
행복은 외부조건의 충족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우리 마음이 부처님 말씀대로 되지 않으면 모순과 갈등의 고통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마음이라는 것이, 내 마음조차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므로, 마음을 닦아가는 수행이 필요한 겁니다.
여러분이 마음을 닦는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늘상 열려있는 공간이 바로
법당이며, 몇일 후 부터는 주경야선(晝耕夜禪)하는 '동안거'가 시작됩니다.
자꾸 미루기만 하면서 아까운 세월을 다 흘려 보내면 안됩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느낌을 받은 그 순간이 바로 시작의 단계입니다.
모쪼록 열심히 정진하시고, 구경에는 성불하시기를 바랍니다.
월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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