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썩이는 자식
우리가 육근(六根) 육식(六識)으로 대하는 현상은 인연(因緣) 관계일 뿐이에요.
유식한 말로 연기법(緣起法)이라고 그래요.
서로서로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고, 태어났으면 죽고,
봄이 되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계절이 바뀌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돌아가는 이 모습들을 현상, 그걸 연기법이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당연한 결과들이 지금 나타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 규정을 짓고 거기에
기분이 좋고 나빠지면 그건 제 업(業)이 발동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처님이나 보살님이나 조사스님이나 아라한들은 이미 마음을
깨친 분들이기 때문에 어떤 것을 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아.
어떤 것을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아. 태풍이 와도 별로 마음이 안 동해.
지진이 일어나도 안 동해. 왜냐하면 태풍이 불고 지진이 일어나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인연에 의해서 서로서로 연기해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가타부타 할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어. 해서도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깐, 설사 좀 억울한 일이 있고 설사 기분 나쁜 일이 있고 하더라도
'아 인연법이 연기에 의해서 그렇게 되는구나.'
자식이 속을 썩이면 자식 잘못일까요? 부모 잘못일까요? 다 잘못일까요?
아무도 잘못이 없어요 사실은. 왜냐하면 그 자식이 속을 썩이는 데는
벌써 태어나기 전부터 그 유전자라는 게 있어. 부모의 유전자도 있지만,
조부모 유전자도 있고, 증조, 고조, 5대, 6대, 7대 유전자들이 죽 내려오잖아요.
가문이라 그러잖아요. 그 고유한 유전자들이 있어. 그래서 암이 생기는 것도
유전성이 강하고, 당뇨가 생기는 것도 유전성이 강하듯이, 그게 하루아침에
결과가 생기는 게 아니란 말이예요. 그 원인을 찾으려면 수만 가지,
수천 가지의 원인이 있어요. 근데 어떻게 단순하게 부모 탓이야, 네 탓이야,
조상 탓이야, 사회 탓이야, 이렇게 규정지을 수 없잖아요.
뭔 얘기인지 일아요? 몰라도 할 수 없고. (대중 웃음) 그래서 그 탓을
할 필요가 없어. 그래서 '아 이것은 자식이 나를 속을 썩이는 게 아니고,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수천 가지가 있겠구나. 이게 연기 법이구나.'
그래 가지고 일단은 자식이 속 썩인다는 그 마음부터 고쳐야 돼요.
자식이 속 썩인다면 내가 기분 나빠지지요?
내가 기분 나쁘면 자식한테 욕이 나가지요.
그 욕을 듣는 자식이 반감을 가지지요.
반감을 가지면 엄한 행동을 하게 되지요.
그러면 또 더 속이 터지지요. 이게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렇게 하다보면 계속 꼬이고 꼬이고 꼬이고 그야말로 그때는 불가항력이
돼 버려. 고칠 수가 없어. 그래서 그때는 '아 이 자식 새끼가
이렇게 속을 썩이는 것은 다 이유가 있겠구나.'
그때는 누구 잘못이다 누구 탓이다 이렇게 할 게 아니고, 부모가 마음을
비워야 돼. '그럴 때도 있지.' 그리고, 하라면 죽어도 안하고요,
또 죽어라 하지 밀라면 죽어도 하는 게 인간들, 특히 자식 새끼들의 심리예요.
그럴 때는 턱 놔 버려야 돼. '니 맘대로 해라.' 그렇게 하다 보면
제가 스스로 다 돌아갈 때 돌아가거든요.
그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염불을 하세요. 노는 입에 염불하랬다고 염불을
하라는 것은 본인의 업에서 나오는 감정을 추스려 주는 거예요.
본인의 감정을 추스려 주면 스스로도 편안하지만 그걸 보는 자식에게도
기운이 전달이 돼. 그러면 하던 짓도 멈추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때는 성질 내지 말고, 성질 내면 무간지옥,
화탕지옥, 발설지옥을 다 거쳐야 돼. 그러면 더 힘들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턱 놓고 '부처님 인연 연기법에 귀의합니다.
부처님 말씀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 행동강령이 육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이에요.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모든 걸 부처님한테 맏기면 돼요.
거기에 대해서 성질 내지 말고 참고, 그리고 기도 정진을 열심히 해야 돼요.
-진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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