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우리는 늘 '맑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을까

갓바위 2024. 3. 17. 10:25

 

 

우리는 늘 '맑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을까

如是

경전의 첫 구절은 언제나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님과 제자들이

그 '맑음' 속에서 움직이고 고요하게 앚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 고독원에서 큰 비구

천이백오십 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이 식사하실 때가 되었으므로 가사를

입고 발우를 챙기어 사위성 안으로 들어가 차례로 밥을 빌었다.

 

그리고 본래 자리고 돌아와 공양을 마치고 가사와 발우를 거둔 뒤 발을 씻고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과연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 앉아 계시듯,

현대인들도 '맑음'으로 앉아 있을 수 있을까.

현대인들은 바쁜 일정에 잠시라도 짬을 낼 수가 없다.

 

분 단위로 나눠 일을 하고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관계 속에서 분주하다.

게다가 TV, SNS,라디오, 신문 등 우리의 눈길과 생각을 붙잡아두는

도구들이 끊임없이 유혹한다. 좌복에 차분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귀하게 마음을 내어 8일 동안이 참선집중수행을 마친 이들도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하루 1시간,

적어도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좌선을 해야 공부가 유지되고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권한다. 하지만 나중에 점검해보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포기하고 예전처럼 바쁜 일상의 흐름으로 돌아간 이들도 많다.

 

경전의 첫 구절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여시아문如是我聞,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로 시작한다.이는 부처님 말씀에 대한 정확성을 나타내기 위한장치이다

한편으로 여시如是는 '모든 현상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

분별을 떠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뜻한다.

 

부처님이 가사를 입고 발우를 챙기고 밥을 빌리고 공양을 하고 발을 씻고

자리를 펴고 앉는 것은 바로 우리의 일상을 뜻한다. 그러한 부처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맑음', 그 자체이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일상에서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여시, 항상 '맑음'이어야 하는 것이다.

물흐르고 꽃은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