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하루 중 '걱정 없는 시간'을 만들어라

갓바위 2024. 3. 17. 10:39

 

 

하루 중 '걱정 없는 시간'을 만들어라

​數息

좌선을 할 때 굳이 좌복에 앉을 이유는 없다.

꼭 30분이나 1시간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3분, 5분 앉아도 된다.

책상 앞에서, 승용차, 버스 혹은 기차 안에서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면 된다.

 

우리 몸과 마음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잠시라도 시간을 내준다고 생각하라.

수행자인 나도 새벽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10분의 짬도 낼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맑음'에 두고자 노력한다. 번거로운 일들도 오고가도록 내버려둔다.

조금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선의 지침서인 《육조단경六祖壇經》에는 밖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쉬는 것을

'좌座'라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평화롭고 맑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선禪'이라고 말하고 있다. 송나라 때의 종색 선사도 좌선을 하기 위해서는 밖의

잡다한 인연과 번거로운 일들을 쉬라고 가르쳤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고요

하게 앉아 있거나 움직여 어떤 일을 할 때 차이가 없게 하라고 권하고 있다.

 

앉아서 좌선하는 것을 꼭 해야만 하는 어떤 의무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나를 평화롭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즐겨야 한다.

매일 하는 수행이 즐길 만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졸리거나 긴장하지 않게 된다.

 

무엇이든 즐기는 마음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좌선의 시간을 하루 중에 '걱정이 없는 시간'으로 정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릴 수 있는 다시 없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다.

 

적절한 자세는 좌선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다. 두툼한 좌복을 깔고

반가부좌를 하고 앉는다. 반가부좌는 움직임이 많은 오른쪽 다리를

아래로, 움직임이 적은 왼쪽다리를 뒤에 올려놓는다.

허리는 청량골이라는 아래에서 다섯 번째 척추를 바로 편다.

 

좌선 자세의 핵심은 허리를 펴는 것이다.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맞아

몸이 조화롭고, 호흡이 깊어지고, 머리가 산란함이 없이 맑아진다.

눈은 뜨고 두 손을 단전 앞에 둥굴게 모으는 선정인을 한다.

그러고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스캔을 하듯이 차례로 긴장을 풀고 이완시킨다.

자세가 바른지 확인하고는 몸에 대해서는 잊어버린 것이 좋다.

 

어떤 이들은 앉자 마자 졸음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바쁘게 움직이다가 잠시 긴장을 풀고 자리에 앉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눈을 활짝뜨고 정면을 응시하여 눈물이 나오도록 한다.

이때 들이마시는 호흡은 깊게 하고, 내쉬는 호흡은 길게 해야

졸음과 혼침(昏沈,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수행의 초기단계에서는 수식관(數息觀, 호흡 헤아리기)​를 하여 마음을

집중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수식관의 방법은 일상의 마음을 어디에 빼앗기고,

향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잘 알게 해준다. 어느 상태가 무기(無記, 멍한 상태)인

지, 어느 상태가 번뇌(煩惱, 욕심, 성냄, 고집, 기억, 추측, 상상)인지를 잘 구분하

게 하고, 그러한 무기와 번뇌를 뛰어넘어 집중된 마음의 힘을 갖게 해준다.

물흐로 꽃은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