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열매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眞 空 妙 有
어려서는 꿈도 많았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고는 새가 되고 싶었고, 물
속을 자유롭게 다니는 물고기가, 나무를 쉽게 오르내리는 다람쥐가 되고 싶었다.
자연현상인 구름이, 바람이, 햇살이, 비나 무지개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병원에 다녀온 뒤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버스를 타면 운전사가 되고 싶었고, 선물꾸러미를 가득 안고
돌아온 외항선을 타는 친척을 만났을 때는 선장이 되고 싶었다.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아버지 손잡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던 때가 기억난다.
키를 맞추어 줄부터 섰다. 맨 뒤에서 자꾸 앞으로 앞으로 밀려 나왔다.
학교 공부보다는 6년 동안 걸어간 길에서 했던 수많은 놀이들이 생각난다.
중학교 친구들과의 즐거운 하이킹, 고등학교 시절의 수많은 시험들, 20대의 사회비
판과 30대의 무한 질주, 40대의 안락함들이 떠남의 연속이고 만남의 시작이었다.
나무나 사람이나, 승과 속이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나간 과거를 허망하게 붙잡으려 하지 않으면 삶의 순간순간의 열매는
값지다. 이 가을, 수행자의 열매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운문 선사의 체로금풍 속에 있다.
가을바람에 낙엽이 다 떨어져 본체가 드러난 것처럼 허망한 욕망과
시기, 질투, 불신 다 떨어지고, 그 속의 미세한 번뇌와 망상도 떨어지고,
유무有無의 분별도 떨어지고, 온갖 군더더기 떨어진 유와 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안목 말이다.
수행자다운 실다운 결실이 이보다 명정할 수 있을까 싶다.
얼마 전 인도의 다람살라를 다녀오고 나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누웠다가도 불쑥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벌떡 일어나곤 했다.
티베트 불교의 전통은 달라이 라마가 14대째 환생하여 이 땅에 오고 있다는
데 있다. 그토록 오랫동안 수행을 한 달라이라마 스님이니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곁에서 모시고있는 스님에게서 달라이 라마의 일상을 전해듣곤크게놀랐다
스님은 어느 나라에서든 늘 저녁 9시에 취침하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아침 6시
까지 4시간 가량 여든의 노구에도 변함없이 기도와 명상 수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에전의 모시던 서옹 스님도 45세 때 스승인 만암 스님으로부터
전법계를 받고도 완전한 수행을 위해 56세까지 철저히 정진하여
오도(悟道, 도를 깨우침)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그뿐 아니다.
88세의 노구에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정진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목도하곤 했다. 두 스님에 비하면 나는 아직 한창일 때이니,
이 가을 부끄러움에 문득문득 잠이 달아나는 것이다.
진공묘유의 안목은 저절고 빛나는 밝은 등불이지만, 이 가을에 수행자는
끊임없이 살아있게 발현시키는 모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는다.
어떤 스님이 동산스님에게 물었다.;
"추의와 더위가 다가오면 어떻게 피합니까?"
"어찌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을 향해 가지 않느냐."
"어디가 춥고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추울 때는 그대를 춥게 해버리고, 더울 때는 그대를 덥게 해버려라."
물흐르고 꽃은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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