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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살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남아 있다

갓바위 2024. 4. 13. 19:07

 

 

멋지게 살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남아 있다

​百 千 萬 劫 難 遭 遇

열일곱 살 때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도시의 학교로 떠났다.

시골 학교에 혼자 남은 나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틈만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술도 마셨다.

 

소위 불량 학생이 되었다. 방황은 6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 시간들이 앞으로의 삶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무렵 우연히 혜능 선사의 《육조단경》을 보게 되었고, '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만겁의 시간이 지나도 만나기 어렵다)'라는

글귀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의 삶이 어렵고도 귀한 선택이기에 '멋지게

살 수 있는 절호의 시간'임을 깨달은 나는 인생을 소모하지 않고

귀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때부터 바빴다. 그해겨울, 은사스님을좇아 암자에 머물며 산생활을 시작했다.

찬물로 빨래하고, 석유곤로에 밥을 짓고,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에 다녔다.

선생님을 졸라 특별활동에 참선반을 만들었다.

학교공부는 뒷전이고 오로지 불교와 철학 관련 서적만 탐독했다.

 

비록 어린 나이에 출가했지만 나는 그때의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의 나는 평상시 시비 분별하는 마음이 없고, 현재의 것에 마음이 생생하게

열려 있어 늘 즐겁다. 그런데 나의 이런 성향은 출가 후에 공부를 통해

얻어진 것은 아니다. 타고난 성격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이는 사춘기 시절의 단순함에 원인이 있는 듯하다. 열일곱 살에서 열아홉 살

까지, 그 또래의 아이들은 하나를 선택하면 어떠한 방해에도 고집스럽게

몰입하는 특성이 있다. 그 성품이 성장한 뒤에도 계속 살아있으면

나이를 먹어도 그 코드로 일하고 공부하며 살아간다. 내가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는 본래 번뇌를 일으킬 필요가 없는 단순함의 적적寂寂이라는

코드가 있다. 그러나 그 코드를 잊어버린 채 우리의 감각기관은 끝없이

비교하고, 분별하고, 욕심을 부리는 번뇌들로 가득하다.그리하여

엉뚱하게도 먼 길을 돌아가거나 헤매는 경우가 많다.

물흐르고 꽃은 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