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찌프린 얼굴로 설거지만 하는 여자​

갓바위 2024. 5. 20. 13:31

 

 

찌프린 얼굴로 설거지만 하는 여자

오늘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설거지를 하지 마십시오.

그 대신에 더러운 그릇이 몇 개인가를 세어보면 됩니다.

그 다음에는 깨끗한 그릇이 몇 개인가도 세어보십시오.

 

만일 깨끗한 그릇이 더러운 그릇보다 많으면 설거지를 하지 말고

그냥 놔두시면 됩니다. 여러분은 그냥 마음을 들여다보며 쉬면 됩니다.

우리는 때때로 찌푸린 얼굴로 설거지를 하는 여자와 같습니다.

 

접시를 닦는 데만 신경을 쓰느라 몸이 피곤한지도 모르고,

마음이 깨끗하지 않다는 시실도 잊고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한테 사람들은 슬픔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냐고 묻습니다.

슬픔은 피로함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여러분도 혹시 집에 들어가면 집안 구석구석을 말끔하게

청소하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만들고 있지는 않습니까?

제가 당부하는데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집은 여러분을 위한 공간이고, 긴장을 풀고서 즐겁게 지내는 곳입니다.

 

집은 누군가를 초대하기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곳이니까, 집이 더러워도 그냥 놔두십시오.

긴장을 풀고서 잠을 푹 자면 조금 덜 슬플 것입니다.

대체로 슬픔은 너무 피로해서 생겨납니다.

 

저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퍼스 시에 브람명상센터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각자에게 하나씩 방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안거에 들면서, 우리는 아침 기상 종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명상을 시작하라고도, 점심을 먹으라고도 종을 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안거를 '종소리 없는 침묵'이라고 불렀습니다.

종도 울리지 않고, 차도 마시지 않고, 실컷 원하는만큼 잠을잘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해야 할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종은 개를 훈련시키는 방법입니다

 

.'파블로의 개'를 다들 알고 있으시지요. 종을 울려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또 종을 울려서 그것을 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면 너무 피로합니다.

누구나 브람명상센터에선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습니다.

너무나 호화롭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휴가를 떠난다 하더라도 대개는 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가기도 하고, 쇼핑 센터를 구경하기도 합니다.

 

혹시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지는 않습니까?

그것은 진정한 휴가가 아닙니다.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일어나서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여유롭게 거피 한 잔을 마시는 것, 직장 상사에게 가봐야

할 일도 없고, 때맞춰 보고할 것도 없이 한가로은 시간,

 

그렇게 아무런 중압감 없는 상태를 즐기는 것이 휴가입니다.

여러분, 긴장을 푸십시오. 그러면 피로함이 훨씬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나흘이나 닷새만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내면 피로함이 모두

사라지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때때로 참 달콤합니다. 그런데 헐뜯기, 분노, 비탄, 불만, 침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도 마찬가지지만 슬픔은 지쳤을 때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때는 긴장을 푸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능동적인 활동이 필요한것이아닙니다.

 

명상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긴장을 풀고서 우리의 몸을 배려하면 됩니다.

명상센터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저는 "마음챙김! 마음챙김 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마음챙김!'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몸에게 물어보라는 뜻입니다.

 

'몸아,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으냐?'

이렇게 물으면, 몸이 대답합니다.

'그냥 자고 싶어요.'

그때 여러분은 그냥 '그래' 하고 말한 뒤, 잠을 자면 됩니다.

 

여러분의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볼 줄 안다면, 여러분 앞에 놀라운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몸은 때때로 '운동을 해야해' '과일이 필요해' '잠이 필요해'

'난 정말 쉬어야 해'하고 그럽니다.

 

몸은 매우 지혜로우니까, 몸한테 물어보면 훌륭한 대답을 해줄 것입니다.

어떤 때는 '난 그냥 아무것도 하지않고 긴장을풀고 싶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럴 때 대체로 슬픔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게 진짜 최고의 휴가라는 사실을 여러분은 깨닫게 될 겁니다.

 

제가 처음으로 안거에 들어갔을 때, 그것은 제가 경험한 최고의 휴가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휴가를 가면 호텔에 있는 모든시설들을 이용하고, 룸서비스도 시킵니다.

하지만 안거에 들어가면 말도 안 하고, 옆에 종업원도 없으니까 음식을 주문

할 수 없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수도 없으니까 주는 대로 먹고, 아무런 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완벽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여러분도 한 번 형험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중에는 오늘 이 법문을 들으면서

여전히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왜냐햐면 오늘 행사 준비가 잘 되지

않아서 의자도 부족하고, 제 얼굴도 잘 보이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더욱이 여기엔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삶은 결코 조직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저도 오늘 지각했습니다. 모두가 일찍 올 수는 없습니다.

절반 정도만 일찍 올 수 있고, 나머지 절반은 늦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삶의 법칙입니다. 사람은 결코 '해야 한다'는 방식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문제입니다.

'조직해야 한다' '의자를 가져다 놓아야 한다' '개인용 부채가 있어야 한다'

 

'법문하는 동안 청중들을 위해 커피를 가져다줄 사람을 배치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서 이 절을 완벽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잔 브람, 커피에 설탕을 몇개 넣을까요?' 삶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좀 더 준비성이 있고, 좀 더 예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는

남편이 좀 더 부자여야 하고, 브래드 피트보다 더 잘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살면서 매우 많은 것들에 대해 '그래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결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만일 삶이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만 된다면, 저는 그런 삶에 실증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

그대로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합니다. 혼란스럽고 온갖 실수들로 가득한 삶 말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계획하고 행동할 때마다 대체로 완벽하지 못합니다.

'이것으로 충분히 좋아'라고 말하고 받아들이십시오. 부족함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마십시오. 강박증 장애를 앓고 있한 사람이 저한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업을 소멸시킬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업으로 인해 자신이 정리를 하고 깨끗이 청소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이 자리에도 그런 분 있으면 손들어 보십시오.

 

그게 바로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평안하게 받아들이십시오.

저는 강박증을 나쁜 질병이라고 여기고, 그것에 시달린다는 죄책감을

갖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강박증, 편집증, 정리벽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머물고 있는 절고 찾아오십시오.

 

거기엔 정리할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낙인찍지 말라는 것입니다.

강박증에 시달리면 강박증을 그냥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상당 부분 나쁜 것들이 사라지는 걸 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심리학에 기초합니다. 장애가 있으면 그냥 사랑하세요.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여기에 있는 그대로 충분히 좋습니다.

 

여러분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슬프고 웃긴 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