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스스로 부처임을 아는 것
아침 공양을 끝내고 나자 멀리 괴산에서 농사지으며 글을 쓰는 분이 찾아왔다.
차 한잔을 나누는데 아침부터 야단을 쳤다.
"스님, 절집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많습니다. 그 고목나무들이 요사이 괴로워 합니다.
스님들이 숲에 살면서도 나무를 너무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뭇가지를 자를 때는 잘라야 하는 지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분지 점에는
식물의 자기치유물인 켈러스Callous가 있는데 2~3년 내에 상처를 치유합니다.
가지 중간을 무턱대고 자르면 나이케가 있는 심대까지 썩어 들어가
마침내는 죽고 맙니다. 가지 절단을 잘못해서 죽어가는 나무들이 너무 많으니
안타깝습니다." 생명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진단이다.
자비심은 바로 거기서 생겨난다. 그저 숲을 이루는 나무일뿐이라고
여겼다면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비비람이 부는 밤이었다. 세찬 바람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2시다.
문들 숲에 깃들어 사는 새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따스한 봄바람에 철새들이 멀리에서 날아와 둥지를 틀고, 포로롱 날아다니며
짝짓기 하고 이제 한창 알을 품고 있을 때인데······, 걱정이 앞섰다.
비바람에 알이 깨지거나 갓 깨어난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굴러 떨어지면 어
쩌나, 나의 중얼거림에 객스님이 나무랐다.
'스님께서는 한 곳에 오래 머무니 숲속의 새들까지 한 식구로 챙기는군요."
어미 새는 새끼들이 혼자서 먹이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 날개로 감싸 보호하고
먹이를 물어다 준다. 얼마나 헌신적인지 때로는 자기 목숨도 기꺼이 희생한다.
위대한 자연의 모성이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주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이 생긴다. 친밀감이 생긴다.
그런 관심이 계속 이어지다 보면, 누군가 고통 받은 모습이 마치 내 가족의
일인듯이 느껴져 참을 수 없게 된다. 자비심이 강해지면 다른 사람의
모든 고통을 없애 주고 싶다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이타적 마음이다.
달라이 라마는 "모든 중생들이 궁극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을 부처님의 경지로 이끄는 것이다."
하고 이야기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내가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마음은, 다른 중생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열망과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내가 부처님의 경지에
오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한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지혜와 자비심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지혜는 수행을 통해 무아와 공성空性을 체득하여 아는 것이고, 자비심은
다른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열망하는 마음 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물흐르고 꽃은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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