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장자의 방생이야기
부처님은 보리수 신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장자의 아들 유수는 천자재광 임금의 나라에서 여러 중생들의 한량없는
병환을 다스리어 그들의 몸이 예사 때와 같이 회복되어 쾌락을 받게 하였다.
그들은 병이 쾌차하게 되자 복된 사업을 많이 행하고 보시도 많이 행하게
하였고 이 장자의 아들을 존중히 여기고 공경하면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장하여라 장자야! 복된 일을 많이 하였으며
중생들의 목숨을 한량없이 늘리었으니 당신은 참말로 큰 의사입니다.
중생들의 한량없는 중병을 다스리었으니 당신은 약과 방문을 잘 아시는
보살이십니다.” 착한 여신이여, 그때에 장자의 아들에게
아내가 있었는데, 이름이 수공용장(水空龍藏)이었다.
어느 때에 유수는 두 아들을 데리고 도시와 시골로 다니다가
나중에 어떤 물 없는 큰 늪에 이르렀다. 이상하게도 호랑이, 늑대,
여우, 개, 짐승, 새들이 고기를 실컷 먹고 모두 몰려가는 양을 보았다.
그때에 유수는 이 짐승들이 무엇 때문에 몰려 달아날까 내가 가서 보리라
생각하고 따라갔었다. 큰 못이 있는데 물은 거의 말랐고 못 안에는 고기들이
많이 있었다. 유수가 이 고기를 보고는 가엾은 생각을 내었다.
어떤 목신이 몸을 반쯤 나타내고 이렇게 말하였다.
“착하고 장하여라, 선남자여!
이 고기들이 대단히 불쌍하니 그대는 물을 주어 살게 하라.
그러기에 그대의 이름을 유수(流水)라 한 것이다.
또 두 가지 인연으로 유수라고 한 것이니 하나는 물을 흘려 내린다는
뜻이고 하나는 물을 준다는 뜻이다. 그대는 이름대로 실지를 행하라.”
이때에 장자의 아들 유수는 이 고기의 수효가 얼마냐고 목신에게 물었다.
목신은 고기의 수효는 일만이라고 대답하였다.
유수는 그 엄청남 수효를 알고는 가엾은 마음이 더한층 사무쳤다.
착한 여신이여, 그때에 이 큰 못은 햇볕에 쪼여서 거의 다 말랐고
일만 마리 고기들은 죽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사방으로 몰려다니던 고기들은 유수 장자를 보고는 행여나 믿는 마음을
내어서 장자의 가는 곳을 따라서 쳐다보며 잠깐도 눈을 돌리지 아니하였다.
유수 장자는 사방으로 다니면서 물을 찾아보았으나 물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한곳에 큰 나무가 있는 곳을 보고 올라가서
가지를 많이 꺾어다가 못 위에 덮어서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다니면서 이 못 물이 어디서 본래 어디서
왔던가를 찾아보았으나, 그 근원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멀리 한곳에 이르니 큰 강이 있었다.
그 강 이름은 수생(水生)이었다.
그런데 어떤 나쁜 사람들이 이 고기를 잡으려고 이 강 상류의 험악한
곳에서 물을 다른 데로 터놓아서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그 터놓은 자리가 매우 험악하여 막기가 어려웠고 그것을 막으려면 수천 명이
서너 달 동안 역사를 하여야 하게 된 것이니 혼자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유수 장자는 곧 발길을 돌려 임금한테 가서 예배하고 그 사실을 말하였다.
“저는 이 나라 여러 곳에서 백성들의 온갖 병을 치료하여
주느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어떤 물 없는 늪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엔 큰 못이 있는데 물은 거의 말랐고,
그 안에 있는 일만 마리 고기들이 햇볕에 쪼이어 금방 죽게 되었사옵니다.
바라건대 대왕이시여, 큰 코끼리 스무 마리를 빌려주시면 물을 길어다가
죽게 된 고기들을 살리겠습니다. 제가 백성들의 목숨을 구원하듯이···.”
임금은 즉시 대신에게 명령하여 유수의 소원대로 하여 주라고 하였다.
대신은 임금의 명을 받고 유수 장자에게 말하였다.
“착한 보살이여, 당신이 코끼리 마구간에 가서 마음대로
골라 가지고 가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여 즐겁게 해 주시오.”
이때에 유수 장자는 두 아들과 함께 코끼리 스무 마리를 끌고 또 성을 쌓는
사람에게서 가죽 부대를 많이 빌려가지고 재빨리 그강물을 터놓은 곳으로 갔다.
강물을 길어서 코끼리 등에 싣고 빨리 달려 물 마른 못으로 가서 코끼리
등으로부터 물 부대를 내리어 못에 부으니, 물은 예전처럼 못에 가득하였다.
그때에 유수 장자는 못 언덕으로 거닐었다.
이 고기들도 또한 그를 따라서 못 가로 몰려다니고 있었다.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고기들이 나를 따라다니는 것은 필시 배가 고파서 나에게 먹을 것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유수 장자는 아들을 시켜
“너는 기운 센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빨리 집에 가서 할아버지께 이 사실을
여쭙고, 집에 있는 먹을 것이면 부모가 자시려던 것이나 처자나 하인들이
먹으려던 것이거나 간에 모두 모아서 코끼리에 싣고 빨리 돌아오라”고 일렀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가장 큰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집에 가서
할아버지께 이러한 사실을 여쭙고, 집에 있는 먹을 것을 거두어 코끼리에
잔뜩 싣고 아버지 있는 못 가로 돌아와 빈 못에 이르렀다.
유수장자는 아들이 싣고 온 먹을 것을 죄다 못에 넣어 고기들에게 먹게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오늘은 이 고기들에게 먹을 것을 보시하여
배부르게 하였지만, 오는 세상에는 마땅히 법식(法食)으로 보시하리라.’
그리고 또 이런 일을 기억하였다.
지난날 어느 고요한 곳에서 어떤 비구가 대승방등경을 읽는 것을 들으니
그 경 가운데 말하기를 “어떤 중생이든지 임종할 때에
보승여래의 이름을 들으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하였었다.
나도 이제 이 고기들을 위하여 묘하고 깊은 12인연을 말하여
주고 또 보승여래의 이름을 일러주리라.
그때에 남섬부주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하나는 대승방등경을
잘 믿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비방만 하고 믿지 않는 이었다.
유수 장자는 내가 지금 못에 들어가서 이 고기들을 위하여 깊고 미묘한 법문을
일러주리라 생각하고 곧 못에 들어가서 “나무 과거 보승여래 · 응공 · 정변지 ·
명행족 · 선서 · 세간해 · 무상사 · 조어장부 · 천인사 · 불세존”이라 일컬었다.
보승여래는 지나간 세상에서 보살도를 닦을 적에 다음과 같은
서원을 세운 일이 있었다. ‘어떤 중생이나 시방세계에서 목숨이 마치려
할 때에 내 이름을 듣는 이에게는 나는 반드시 이들로
하여금 목숨이 마친 뒤에 곧 삼십삼천에 태어나게 하겠다.’
유수 장자는 또 이 고기들에게 깊고 미묘한 법문을 일러 주었다.
“무명(無明)은 행(行)의 연(緣)이 되고, 행은 식(識)의 연이 되고,
식은 명색(名色)의 연이 되고, 명색은 6입(入)의 연이 되고, 육입은 촉(觸)의
연이 되고, 촉은 수(受)의 연이 되며, 수는 애(愛)의 연이 되고, 애는 취(取)의
연이 되며, 취는 유(有)의 연이 되고, 유는 생(生)의 연이 되고, 생은
노(老)·사(死)와 우(憂)·비(悲)·고(苦)·뇌(惱)의 연이 되느니라.”
착한 여신이여, 그때에 유수 장자와 두 아들은
이런 법문을 일러주고는 곧 그 집으로 돌아왔었다.
유수 장자는 그 어느 날 손님들을 모아 잔치하면서 술에 취하여 누워 있었다.
그때에 땅이 갑자기 크게 진동하면서 일만 고기가 한꺼번에 죽어서
도리천에 태어났다. 천상에 태어나서 생각하기를 ‘우리들이
무슨 선근 인연으로 도리천에 태어났을까?’ 하면서 서로 이야기하였다.
‘우리들이 지난날에 염부제에서 축생의 과보를 받아 물고기가 되었었는데,
유수 장자가 우리에게 물과 먹을 것을 주었고, 다시 우리를 위하여 매우
깊은 열두 가지 인연을 말하여 주고, 아울러 보승여래의 이름을 들려준
인연으로 우리들이 이 도리천에 태어나 천자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당장 유수 장자 집으로 가서 은혜를 갚고 공양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일만 천자들은 곧 도리천으로부터 남섬부주에 내려와서 큰 의사
유수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그때에 유수 장자는 누(樓)의 마루에서
누워 자고 있었다. 이 일만 천자들은 진주와 묘한 하늘 영락 일만 가지를
유수 장자의 머리맡에 놓아두고, 또 일만 가지는 발치에, 일만 가지는
오른 옆에 두고, 또 일만 가지는 왼 옆에 두고, 작은 만다라 꽃,
큰 만다라 꽃을 흩어서 무릎까지 쌓이게 하였고,
여러 가지 하늘의 가락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다.
그래서 남섬부주에서 잠자던 사람들이 모두 잠을 깨었다.
물론 유수 장자도 함께 잠을 깨었다.
일만 천자들은 허공중에 날아다니면서 온 나라에 아름다운 하늘 연꽃을
뿌렸고, 다시 본래 살던 빈 못에 가서도 하늘 꽃비를 내리고는,
도리천궁에 올라가서 자유롭게 하늘의 다섯 가지 욕락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에 남섬부주에서는 그 이튿날 천자재광 임금이 대신들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무슨 인연으로 그렇게 훌륭한 상서로운 일과 큰 광명이 있었던가?”
대신들이 대답하기를 “대왕이시여, 도리천 천자들이 유수 장자의 집에 내려
와서 사만 가지 진주와 하늘 영락과 수없이 많은 만다라 꽃을 뿌렸나이다.”
왕은 대신에게 명령하여 유수 장자의 집에 가서 좋은 말로 위로하고 그를
불러오라고 하였다. 대신은 장자의 집에 가서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장자더러 대궐로 가자고 말하였다.
장자는 대신을 따라 대궐에 들어왔다.
임금은 어젯밤에 상서가 있었던 연유를 물었다.
유수는 이것은 아마 일만의 고기들이 죽었을 것이라고 여쭈었다.
임금은 그러면 사람을 보내어서 그 사실을 조사하여 보라고 명령하였다.
유수는 그의 아들을 못 있는데 보내어 고기들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보고 오라고
일렀다. 그때에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 못에 가보았더니,
그 못 안에는 만다라 꽃이 가득히 쌓여 있었고 고기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는 곧 돌아와서 아버지에게 고기들이 모두 죽어 있더라고 말하였다.
유수 장자는 그 사실을 듣고 다시 임금에게 가서 일만의 고기들이
모두 죽었다더라고 여쭈었다. 임금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더란다.
부처님께서는 도량에 있는 보리수 신에게 이어서 말씀하셨다.
“착한 여신이여, 그때의 유수 장자를 알고 싶은가.
그는 지금 이 몸이고, 맏아들 수공은 지금의 라훌라이고,
둘째 아들 수장은 지금의 아난이고, 일만 미리 고기는 지금의 일만 천자이니라.
그래서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준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 몸을 반쯤 나타냈던 목신은 지금 너의 몸이니라.”
꿈틀거리는 모든 생명은 영혼(업식業識)을 가지고 있어서 모두 불성 佛性이
있느니라. 다만 미망 때문에 마침내 윤회의 바퀴를 오르내리면서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생사윤회를 거듭하면서 서로
육친권속이 되기도 하였는데, 겉모습이 바뀌면 다시는 서로 알아보지 못하느니라.
만약 희사심喜捨心을 내고 자비로운 생각을 일으켜 재물을 써서
방생을 하는 자는 현세에는 병이 낫고 수명이 길어지면
미래에 반드시 깨달음을 증득한다. - 석가세존
-‘금광명경(金光明經)“ 유수장자품(流水長者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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