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 주차
하늘 밑 행복이 열리는 거리에는
오늘도 오가는 미소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요
낯익은 햇살 방울들 사이로 세월에 설익은 모습을 한
중년의 남자가 주차장으로 걸어오더니
자신의 차 앞에 주차된 차량을 보자마자 화부터 내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어느 무식한 사람이 남이 주차한 차 앞에 주차해 놓고 간 거야…."
당장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빛에 토하지 못한 화풀이를 해대며 세워져 있는
차 주위를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앞 유리에 붙어있는 장애인증 마크를
비웃듯 쳐다보고는 "에이 씨….장애인 차잖아"
처음보다 더 붉어진 얼굴로 앞 유리에 적힌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아니 이봐요…. 이렇게 몰상식하게
주차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빨리 와서 차 빼요."
어디선가 바람의 등을 타고 달려온 젊은 남자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여신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주차된 차를 빼기에 바빴는데요
"주차할 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없는지 잘 보고 주차하세요"
중년의 남자는 아직도 화가 덜 풀린 얼굴로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고는
지나는 바람을 따라 달려가다 멈춰 선 신호등 앞에서
윈도우 브러쉬 꽂혀있는 메모지 하나가 눈에 들오는 게 아니겠어요
"누가 이런 걸 여기다 꽂아 둔 거야" 라며
메모지를 펼쳐본 순간 거기엔 이런 글들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여기는 장애인 주차구역입니다" 라는….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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