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첫 급여

갓바위 2026. 7. 11. 19:12

 

 

첫 급여

 

때 늦은 저녁, 하나둘 별들이 놓아둔 길을 따라

편의점으로 들어온 폐지 줍는 할머니와 손자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이쪽저쪽을 돌며 먹고 싶은 것들을 한 아름 카운터에 올려놓더니

 

"난 빵 하나면 됐고, 나머진 할머니가 좋아하는 거야."

"죽은 왜 샀어? 오늘 우리 동민이 생일인데 네가 먹고 싶은 걸 사라니까."

"만 이천 원입니다."

 

알바생의 말에 할머니는 주머니 속 폐지를 팔아 모은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건네놓더니 아무리 뒤져봐도 백 원짜리 몇 개밖에 나오는 게 없어

난처한 표정으로 알바생을 바라보던 그때, 뒤에 서 있던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바쁘니까 제가 계산 먼저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우유 하나를 카운터에 올려놓는 게 아니겠어요.

일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알바생이 얼떨결에 바코드를 가져다

대자마자 카드를 내민 남자는 급하다는 듯 후다닥 뛰어나가 버렸고

 

"이보게, 젊은 양반. .. 그럼 이 죽은 빼줘요."

"할머니, .. 어제부터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그러실 필요 없어요, 할머니. ..금방 나가신 분이 같이 계산하고 가셨거든요."

 

고마움도 다 못 채워주는 세상에 미안함을 남겨준 게 마음 쓰인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또 신세를 졌구먼." 한 뼘 더 커진 얼굴로 손수레를 끌고 다정하게 멀어지는

 

할머니와 손자를 바라보는 알바생의 얼굴에는 남들이 먼저

행복해지는 게 내가 행복해지는 거라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첫 급여를 탄 돈으로 나눌 수 있었던 행복에 기뻐하면서….

 

펴냄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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