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앉은뱅이 꽃이 지는 그날까지

갓바위 2026. 7. 11. 21:15

 

앉은뱅이 꽃이 지는 그날까지

 

 

아기 구름이 엄마 구름 등에 업혀서 사이좋게 떠다니는 하늘가를

지붕 삼아 보도 블록 틈 사이에 핀 노란 앉은뱅이 꽃 하나를

해맑은 웃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

 

굽어버린 할머니처럼 서 있기가 힘들어 앉아서 핀 것일까...

나를 볼 땐 가까이서 편하게 앉아서 보라고 앉은뱅이 꽃이 된 걸까....

 

필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꽃이 봄을 만나 환하게 웃고 있는 노랑 앉은뱅이

꽃을 바라보던 할머니는 땀으로 세상을 담아내기 위해 오늘도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끌고 기다려 주는 이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둠이 숨겨놓은 거리를 돌며 폐지를 줍고 있는 할머니는

질려버린 하루라는 뜰에 서서 한쪽이 불편해 보이는 다리로

이 일을 하기에는 벅차 보이지만 이렇게라 하지 않으면 목구멍에

밥 한술 넘기기가 힘든 형편이라 마다치 않는 것 같습니다

 

새벽의 끝자락을 애써 붙들어 놓고 달빛으로 어둠을 헤쳐

폐지한 장이라도 더 담아내려는 손길은 지친 걸음에 힘을 보태어봅니다

 

“아니... 왜 이렇게 많아졌뉴..“ 동네 골목을 돌고 나오니

할머니에 리어카에 가득 실려있는 종이상자들을 보면서

"고맙게도 누가 여기다 올려놓고 갔구먼. 그려"

 

모처럼 무거워진 리어카 손잡이에 환한 미소가 번진 할머니는 폐지들의

종착역인 고물상을 향해 새벽이 먼저 지나가 버린 아침을 헤쳐가고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물 빠진 갯바위 끝에 매달린 미역 줄기보다 가늘어진

뇌쇄한 두어 깨를 하얀 햇살에 감추고 돌아온 할머니를

반겨주는 마당이 집이 된 누렁이 한 마리가 유일한 가족이기에

그나마 한없이 자라버린 외로움을 달래 수 있다고 말합니다

 

허기진 다음 날 불 꺼진 하늘가에서 구름 사이에 숨었다 나왔다

누렁이와 밤새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달님이 집에 가려고 잠든 아기별을

깨우고 있는 새벽을 걸어나간 할머니의 리어카엔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폐지가 기득 실려있었고 “할머니.... 요즘 열심히 하시나 봐요“

 

돈도 좋지만 몸 상한다며 걱정을 해주는 고물상 주인아저씨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넘기며 연신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던 할머니는 “아…. 글씨

어느 날부터인가 누가 내 리어카에 폐지를 한가득 실어주고 가지 뭐유“

 

"아…. 그러셨어요 할머니 누굴까 그렇게 고마운 분이?"

“인사라도 하려고 해도 누군지 알아야 하지 원”

“평소에 할머니께서 좋은 일 많이 하셔서 그런것 같은데요“

 

할머니는 이렇게 번 돈을 난치병 아이들 병원비 모금함에

기부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고물상 주인아저씨는 그저 흐뭇한

미소 하나면 충분하다는 듯 웃고만 있었습니다

 

또 다른 다음날 도로에 리어카를 세워놓고 골목을 들어간 척하면서

대문 뒤에 숨어 지켜보고 있는 할머니 눈에 저 멀리서 할아버지가

끄는 리어카 한대가 스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는데요

이윽고 할머니 손수레 앞에 멈춰 서더니 폐지를 달빛에 게 눈 감추듯 옮겨놓고는

휑한 걸음으로 달려나간 자리에서 고마움에 눈물 자락을 내보이던 할머니는

다음날 새벽 정성껏 산 도시락을 할아버지에게 건네고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영감님도 사는 게 그만그만한 것 같은데 그동안은

아무것도 모르고 받았지만 이젠 안 하셔도 돼유"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 하는 거니 뭐라 하지 마요"

 

그날 이후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나의 하루를 빛나게 한다며

가로등 하나가 전봇대에 간신히 매달려 고개 숙이고 있는 그 골목길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만나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리어카에 폐지를....

할머니는 할아버지 리어카에 갓 지은 밥을 싼 도시락을...

나누며 마음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꽃이 피고 지는 개천이 흐르는 냇가에 걸터앉아 봄을 활짝 피워내고

있는 앉은뱅이 꽃을 할머니를 따라 바라보고 있던 할아버지는

“몇 달 전에 가족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내 손자가 하늘나라로 갔다우”

 

“그 마음 오죽할까요”

“할멈이 도와준 덕에 그래도 세상을 더 오래 보고 갈 수 있었다우”

 

예쁜 세월 보내라고 손자가 맺어준 인연 앞에 막걸리 한 사발에

지친 속을 내보이고 있던 할아버지는 작은 손길들이 모아준

따뜻한 마음들이 있어 하루라도 더 버텨갈 수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마음을 보답하려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마음으로 혼자 하는 지난날 보다.....

 

헝클어진 세상살이 나누어서 지는 둘이 함께하는 내일은....

서로의 손과 발이 되어 눈물은 눈물끼리 다독거리자는 이야기꽃

피워내는 모습에 만남이 인연이 되길 비쳐주던 해님도

남은 날까지. 함께하는 운명이 되길 기도해 주고 있었습니다

앉은뱅이 꽃이 지는 그날까지...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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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앉은뱅이 꽃 (민들레 꽃 방언) 꽃말/감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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