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슬픔 ~찡한글

가짜 돈 & 진짜 돈

갓바위 2026. 7. 15. 21:35

 

가짜 돈 & 진짜 돈

 

가을 햇살이 포근히 비춰 주는 도심.

사랑하는 사람이 차려 준 아침을 먹고, 함께 저녁을 마주할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는 이른 저녁

 

조각난 구름 아래,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머리가 고불고불하게 늙으신 할머니가 하는 작은 죽집으로 조심스레 걸어오더니

“저... 할머니. .. 죽 한 그릇만 포장해 주세요.”

 

할머니는 아이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습니다.

“누가 먹으려고 그러니?” “엄마가 아파서요.”

잠시 아이를 바라보던 할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렇구나. . 너도 엄마랑 같이 먹을 수 있게 이 할매가 넉넉하게 담았다.”

“고맙습니다.” 햇살 버무린 희망 한 줌을 죽 위에 얹어 주듯 정성껏 포장을

마친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넨 아이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할머니 손에 올려주고는 뛰어가는 바람처럼 골목 끝으로 달려가 버린 뒤

“아이쿠, 할머니! 이건 장난감 가짜 돈이잖아요.”

옆자리 손님이 놀란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웃음꽃만 얼굴 가득 피워놓고 계셨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건장한 남자 한 사람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걸어와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든 채 말했습니다.

“할머니, .. 죽 한 그릇만 포장해 주세요.”

통화를 이어가던 남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노인네가 왜 자꾸 아파서 귀찮 하는지 모르겠네.사람 바빠 죽겠구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할머니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손님... 죽이 똑 떨어졌네요.”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만 원짜리 한 장을 주머니에 다시 넣고는

먼 길 떠나는 바람처럼 멀어진 자리에 “아니, 할머니. ..

여기 죽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는데 왜 없다고 하셨어요?”

 

이를 지켜보던 손님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말에

“돈으로 약은 살 수 있어도 건강은 살 수 없듯이..." 공기와 바람,

따뜻한 햇살처럼 이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소중하다는 걸

창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을 바라보며 말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 곳에나 핀다고 아무렇게나 살아가지 않는 저 풀꽃처럼...

돈의 가치보다 사람의 가치가 더 소중하다며...

 

펴냄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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