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열다섯 냥과 노스님

갓바위 2021. 3. 9. 08:28

 

옛날에 어떤 스님에게 일생 동안 쓰지 않고 모은 돈 열다섯 냥이 있었다.

노스님은 벽 구석에다 구멍을 뚫고 돈을 넣어둔 다음

아무도 없을 때만 몰래 꺼내어 세어보는 것이 낙이었다.

 

밤이면 베개 속에 넣고 자기도 했으며,끌어안고 자기도 하였다.

노스님이 세상을 떠난 뒤 제자들이 그 방에서 살게 되었는데,

몇 달 지난 뒤부터 밤마다 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소리가 나는 곳의 벽지를 뜯어보았더니

손가락만한 뱀이 돈 열다섯 냥을 틀어 안고 있었다.

 

평소 즐기던 것은 착심이 되기 쉽다.

그 착심은 다음 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마음이 재물에 묶여 재물을 떠나지 못하고 있으면 재물의 착심에 걸려 있는 것이고,

마음이 명예에 묶여 명예를 떠나지 못하면 명예의 착심에 걸려 있는 것이며,

마음이 처자권속에 묶여 처자와 권속을 떠나지 못하면 착심이 처자와 권속에 걸려 있는 것이다.

 

수도를 한다는 스님도 열다섯 냥의 착심에 걸려 그것을 낙으로 삼고 살았으니,

결국 노스님의 일평생 수도는 착심으로 도로徒勞*아미타불되어

 

열다섯 냥을 지키는 뱀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슨 재미에 푹 빠져 있는가? 그것이 착심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도로

삼국유사에 도로병徒勞病이라는 말이 있다. 신라시대 경흥이라는 왕사가 있었다.

스님은 심한 두통에 걸렸다. 백약으로도 치유가 안 되었다.

 

어느 날 노파가 나타나 '도로병'이라고 진단했다.

쓸데없는 일에 골머리를 쓰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도로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실컷 웃으면 된다며 노파는 여러 모습으로 스님을 웃겼다.

노파와 함께 실컷 웃고 난 스님은 도로병이 왼치되었다.

 

그 노파는 관음보살의 화신이었다고 전한다. 도로徒勞란 헛된 수고를 말한다.

노스님의 몇 십 년의 공부는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인연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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