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관(貞觀) 연대의 일이다.
장안에서 서촉으로 큰 길을 내는 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매일 바위를 깨고 흙을 퍼나르며 길을 닦아 나갔다.
하루는 큰 바위를 만나 수십 명의 석수들이 안간 힘을 써서 깨뜨렸다.
바위 덩어리를 조각내어 보니 바위 속에서 딱딱한 껍질에 싸여 있는 이상한 물체 하나가 나왔다.
사람들이 톱으로 반쯤 자르자,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안에서 기이한 모습의 사람이 튀어 나왔다.
손톱 발톱이 자랄대로 자라 몇 겹을 휘감아 껍질을 이루고,
머리카락과 수염 또한 온 몸을 뒤덮고 있었다.
기겁을 하며 놀란 사람들이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어떻게 거기에 들어가 있었소?"
"나는 오신통(五神通 : 천안통, 천이통, 숙명통, 타심통, 신족통을 말한다.
여기에 누진통을 더하면 불교의 육신통이 된다)에 자재한 도인이요.
외딴 곳에서 선정에 들어 있다 깨어보니 지금에 이르렀소."
바위에서 나온 사람은 스스로 도인임을 자처 하였다.
사람들은 그의 신통에 현옥되어 모두 그를 받들어 예배하였다.
그때, 국사(國師)인 청량 대사가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청량국사는 바위에서 나온 도인을 불러 그를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청량국사가 말하였다.
"지금 내 마음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아 보시오."
바위에서 나온 도인은 신통력으로 국사의 마음을 찾기 시작하였다.
"스님의 마음이 태평양 한가운데 파도 위에 있군요."
그럼, 이번에는 내 마음이 어디에 있소?"
"스님의 마음이 수미산 꼭대기에 있습니다."
그는 쉽게 스님의 마음을 찾아내곤 하였다.
"마지막으러 묻겠소, 이번에는 내 마음이 어디에 있소?"
그리고는 청량국사가 마음의 작용이 없는 삼매에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위에서 나온 도인이 아무리 신통력을 동원하여
삼십 삼천(三十 三千)과 온 천하의 산과 바다를 샅샅이 뒤져도 끝내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당황하여 무릎을 꿇고 말았다. 청량 국사가 물었다.
"너의 정체가 무엇인고?"
"저는 원래 가섭불 시대(과거 칠불 중의 한 부처님) 의 수행자입니다."
"저런, 엉터리 같으니라고,
무기공에 빠진 줄도 모르고 그토록 오랜 세월을 낭비하다니......."
청량 국사가 그를 관(觀)해 보니 수행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무기공(無記空)에 빠져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무기공이란 의식없이 멍청한 상태를 말한다.
저거는 맨날 고기 묵고 (우학스님) 중에서
'卍 스님 좋은 말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미있는 우리말 '도로 아미타불' (0) | 2021.03.29 |
---|---|
죽은 후의 다음 세상이 있을까? (0) | 2021.03.28 |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 (0) | 2021.03.25 |
탐욕의 노예가 되지마라. (0) | 2021.03.24 |
신통력에 대하여 (0) | 2021.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