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백의 관음

갓바위 2021. 4. 15. 08:31

방경일글ㆍ남종진그림 

 

의상(義湘, 625~702) 스님은 동해안의 바닷가에 있는 바위굴에서

지극한 기도를 통해 백의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관세음보살의 지시로

동굴이 있는 곳의 언덕에 절을 세우니 그 절이 바로 지금의 낙산사다.

 

아무튼 의상 스님의 소문을 듣고 원효(元曉, 617~683) 스님도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서 낙산사로 갔다.

 

낙산사에 다다랐을 때 근처의 논에서 벼를 베고 있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보였다.

원효 스님이 농담 삼아 벼를 좀 달라고 하자 여인도 농담처럼 쭉정이밖에 없다고 대답한다.

 

농을 걸었다가 한 방 먹은 원효 스님은 다시 낙산사로 향했는데,

이번에는 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물론 여인도 흰옷을 입고 있었다.

 

마침 목이 마른 원효 스님이 물을 좀 달라고 하자 여인은 빨래를 행군 물을 떠 주었다.

이에 원효 스님은 그 물을 버리고 위쪽의 깨끗한 물을 떠 마셨다.

 

바로 그때 근처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던 푸른색의 새 한 마리가

"좋은 음료수를 버리다니 스님은 관세음보살을

친견할 생각일랑 마시오!" 라고 하고는 날아가 버렸다.

 

대사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흰옷을 입은 여인도 빨래도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소나무 밑에 신발 한 짝이 있어서 스님은 이를 주워 들고 낙산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의상 스님이 모신 관세음보살상에

절을 하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그 발치에 신발 한 짝이 보였다.

 

놀란 스님이 품안의 신발을 꺼내 맞추어 보니 한 켤레였다.

오는 길에 만났던 두 여인이 관세음보살의 화신化身임을 알게 된 원효 스님은

마음을 가다듬고 의상 스님이 기도를 통해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던 바닷가의 동굴로 갔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갑자기 풍랑이 거세게 들이쳐서 스님은 들어갈 수 없었다.

이에 원효 스님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도가 높은 고승이라고 정성이 없으면 관세음보살의

본래 모습을 만날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관음사의 향정香淨스님은 고아가 된 친척 아이를 데려가 키우게 되었다.

스님은 아이에게 '봉이'란 이름을 붙여주고는 관세음보살상을 어머니로 부르도록 했다.

 

그러자 봉이는 관세음보살을 어머니라 부르며 자랐다.

봉이가 네 살이 되던 해 겨울의 어느 날 향정스님은 겨울을 날 양식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다.

 

어린 봉이는 스님이 시키는대로 어머니와 놀며 스님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폭설로 변해 며칠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향정 스님은 봉이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절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말렸다.

 

스님은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관세음보살님에게 봉이를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마침내 이듬해 봄이 되어 눈이 녹기 시작하자 스님은 서둘러서 절로 올라갔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스님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섯 살이 된 봉이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봉이는 자신을 얼싸안고 우는 스님에게 흰옷을 입은 어머니가 같이 놀아도 주고,

밥도 해주고, 글도 가르쳐주고 해서 재미있게 잘 지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관세음보살의 보살핌임을 알아차리고 감격해 하는

향정 스님에게 봉이는 경전을 읽고 뜻풀이까지 하였다.

 

스님들의 확인을 통해 봉이가 참선공부까지 했다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은

봉이를 오세조사五歲祖師로, 관음사를 오세암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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