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어람관음

갓바위 2021. 4. 17. 08:48

방경일그림ㆍ남종진그림 

 

어람관음은 우리나라의 불자들에게는 아주 낯설다.

그런데 2010년 8월 19일 불국사 대둥전 불상 뒤에 있는 벽에서

어람관음보살도漁籃觀音菩薩圖가 발견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적외선 촬영에 의해 발견된 가로 1.8미터, 세로 4.3미터 크기의

어람관음도는 석회가루(胡粉)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영조의 딸인 화완 옹주의 도움으로 1769년 불국사에

대규모 불사가 진행되었을 때 그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물고기 바구니, 즉 어람漁籃을 든 어람관음보살도는 아주 귀하다.

그래서 불국사의 어람관음보살도는 그 문화재적 가치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불국사 벽화의 경우 어람관음과 백의관음 사이에 있는 그림이 완전히 사라졌다.

가운데는 과연 어느 분이 모셔졌을까?

 

보통 좌우에 보살들을 거느리고 부처님이 모셔지는 일반적인데 이경우도 그럴까?

그비밀을 알려면 경남 양산에 있는 신흥사 벽화를 보면 된다.

 

신흥사 보광전 불상 뒷벽에는 1700년 무렵에 조성된

작품으로 관세음보살님들만으로 구성된 삼존도가 그려져 있다.

 

이 삼존도는 가운데는 수월관음이고 우리가 볼 때 왼쪽에는 백의관음,

오른 쪽에는 어람관음이 배치되어 있는 희귀한 작품이다.

 

따라서 불국사의 경우도 가운데는 수월관세음보살님이 모셔졌을 것이다.

여기서 어람관음은 물고기 바구니를 들고 가다가 수월관음쪽으로 뒤돌아보고 있는데

 

겉으로 드러난 복장으로 볼 때 영락없는 생선장수 여인이다.

그렇다면 관세음보살은 왜 생선장수가 되었을까?

중국의 동쪽 바닷가에 있는 어느 마을에 장이 열렸다.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물건을 사고 팔았다.

 

그런데 한 여인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죽염을 채운 통에 든 두 마리의 생선을 팔러 나온 그녀의 미모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눈을 부비고 다시 보게 만들 정도의 용모를 가진 미녀가 생선을 판다고 하니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로 물고기를 사려고 다투었다.

 

그러자 그녀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이 물고기를 사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터무니없는 질문이지만 절세미녀의 질문인지라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야 가지고 가서 요리를 하기 위해서죠."

사람들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요리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팔지않고 놓아주려는 사람에게만 이 생선을 팝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놓아주기 위해서 생선을 사지 않았다.

 

그들은 미녀의 얼굴만 감상(?)하다가 머리를 흔들고 가버렸다.

그녀는 하루 종일 시장에 서 있었지만 결국 생선은 한 마리도 팔리지 않았다.

 

다음날, 그녀는 또 생선을 팔러 나왔다.

그녀가 같은 조건을 내 걸자 역시 아무도 생선을 사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제처럼 그녀만 구경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섞여 있는 마랑馬朗이라는 이름의 청년은 약간 달랐다.

 

그는 그녀가 들고 있는 통 속의 생선들 유심히 관찰했다.

그 생선들은 분명 어제의 그 생선들이었다.

 

잡은 지 이틀은 지난 것 같은데 생선들은 싱싱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랑은 정말 신기하다고 여겼지만 보면서도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여러날이 지났지만 금사탄金砂灘의 주민들은 아무도 그녀의 생선을 사지 않았다.

대신에 금사탄의 총각들이 생선 파는 그 미모에 홀려서 괜히 그녀의 주위를 돌면서 친하게 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녀를 아내로 얻기 위해 알게 모르게 다투었다.

일부 총각들의 상사병은 중증이 되었고 장가들기 다툼은 점점 치열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총각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녀는 총각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여러분은 이렇게 많고 저는 한 사람이니 누구에게 시집을 가야 하나요?

여기 '금강경'을 드릴테니 이 경전을 한 나절에 외우고 오는 분에게 시집가지요."

이 이후부터는 마랑부관음의 이야기와 같다(마랑부관음 참조).

따라서 어람관음 이야기는 마랑부관음이야기의 원조일 수도 있다.

 

마랑부관음 이야기와 다른 점은 우선 이야기의 지역적인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두 이야기의 무대는 같다고 알려져있다.

 

그런데 필자는 마랑보관음 이야기의 무대는 중국의 내륙으로,

어람관음이야기의 부대는 중국의 동해안으로 본다.

 

금사탄읕 '황금빛 모래가 있는 여울' 이므로 해변은 물론이고

내륙의 강가에도 금사탄이 있을 수 있다.

 

즉 마랑부관음 이야기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은 바느질하는 아가씨이니

그 이야기에 나오는 금사탄과 생선 파는 여인으로 나오는

어람관음이야기의 금사탄과는 다른 장소라고 보아야 한다.

 

이제 어람관음 이야기가 마랑부관음 이야기와 내용적으로 다른점,

즉 관세음보살이 생선장수 여인이 된 까닭을 살펴보자.

 

위에서 본 어람관음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관세음보살은

금사탄 지역의 사람들이 불법을 믿게 하기 위해서 나타났다.

 

이 점은 마랑부관음의 경우와 같다.

하자만 마랑부관음 이야기에 나오는 삯바느질하는 아가씨가 아니라

생선 파는 아가씨가 된 것은 방생放生을 가르치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방생은 생명을 놓아주는 것, 즉 죽을 처지가 된 생명을 살려주는 것을 말한다.

보통 방생은 '금강면최승왕경'에 나오는 유수流水 장자가

연못의 물고기를 살려주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생은 부처님 당시부터 시작된 것이다.

당시 스님들은 물을 마실 때 그냥 마시지 않았는데,

아주 가느다란 실로 짠 수건을 일곱 장으로 거른 물을 마셨다.

 

그 이유는 물론 마시려는 물 속에들어 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다.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이런 태도는 산 생명을 보호하려는 정신을 잘 보여 준다.

 

벌레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우기에 한 곳에 모여서 바깥출입을

제한하며 살았던 안거安居 역시 방생의 정신에 기반을 둔 제도이다.

 

이렇게 생명을 보호하려는 방생의 정신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자비심의 출발점이다.

그러니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이 어찌 방생을 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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