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시관음의 육시六時는 불교에서 말하는 여섯 개의 시간으로 다음과 같다.
*신조시晨朝時: 오전 6시에서 오전 10시까지
*일중시日中時: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
*일몰시日沒時: 오후 2시에서 오후 6시까지
*초야시初夜時: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중야시中夜時: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후야시後夜時: 오전 2시에서 오전 6시까지
위 여섯개의 기간을 다 합치면 하루가 된다.
따라서 육시 관음은 '하루 관세음보살'이 된다.
이는 관세음보살이 하루종일 중생들을 생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관세음보살은 육시 가운데 한시도 쉬거나 잠들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른 날은 어떨까? 즉, 하루 일하고 하루 쉬고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의문 때문에 육시를 다음과 같이 일년으로 보기도 한다.
*점열시漸熱時: 1월 16일에서 3월 15일
*성열시盛熱時: 3월 16일에서 5월 15일까지
*우시雨時: 5월 16일에서 7월 15일까지
*무시茂時: 7월 16일에서 9월 15일까지
*점한시漸寒時: 9월 16일에서 11월 15일까지
*성한시盛寒時:11월 16일에서 1월 15일까지
육시관세음보살은 육시 동안, 즉 일년 가운데 한 시도 쉬거나 잠들거나 하지 않는다.
다음해도, 그 다음 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루와 일년의 육시개념을 합쳐서 적용하면, 중생을 가련하게 여기고
보호해 주려는 마음을 한시도 쉬지 않는 보살이 바로 육시관음인 것이다.
남종진 화백의 육시관음도의 관세음보살도 그렇다.
보살의 얼굴을 보면 중생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그렇다면 육시는 어디에 있을까?
보살의 오른쪽 뒤에 보이는 매화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
매화는 보통 4월에 꽃을 피우니 이는 봄을 나타낸다.
5월에 꽃을 피우는 모란도 마찬가지다.
보살의 왼편에 발갛게 피어 있는 백일홍은 6월에서 10월
사이에 꽃을 피우니 이는 여름을 의미한다.
가을을 상징하는 것은 9월~11월에 꽃을 피우는 구절초로 백일홍의 아래쪽에 보인다.
모란의 왼쪽에 자리 잡고 있는 국화 역시 가을을 상징한다.
겨울은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 속에 있다. 이렇게 일년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들에 싸여서 깊은 생각에 잠긴 보살이 어찌 육시관세음보살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전부터 전해오는 육시관음의 모습을 보면
관세음보살은 오른손에 범협梵夾을 들고 서 있다.
범협이란 패엽貝葉에 범어(梵語 산스크리트어)로 생긴 경전을 말한다.
패다라엽貝多羅葉이라고도 불리는 패엽은 다라수(多羅樹)의
잎을 쪄서 말린 것으로 그 위에 글씨를 쓸 수 있다.
고대 인도나 스리랑카의 스님들은 이 패엽을 일정한 크기로 자른다음 그위에 경전을 새겼다.
이렇게 해서 일정 정도의 분량이 되면 패엽들을
모음 다음에 앞과 뒤에 나무 판을 대고 끈으로 꿰어서 묶었다.
이대 패엽과 나무판에 난 구멍에 끼워지기 때문에
끼운다는 의미를 가진 협夾자를 사용해 범협이라고 불린 것이다.
그렇다면 육시관세음보살이 들고 있는 범협에는 어떤 경전이 쓰여 있을까?
그것은 육자장구다라니六字章句陀羅尼다. 이 육자장구다라니가 들어 있는 곳은
<<청관세음보살소복독해다라니삼매의請觀世音菩薩消伏毒害陀羅尼三昧儀>>라는 책이다
이 책은 송나라 때 활동한 준식(遵式 964~1032) 스님에 의해 만들어졌다.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 일본이 1900년대 초에 만든 대장경)의 목록에 의하면
<<준식집遵式集>>이라고 되어 있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준식 스님이 세상에
유통되고 있는 부분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준식 스님도 이 책의 서문 부분에서 그런 의도를 밝히고 있다.
준식 스님은 고려 출신의 천태사상 대가인 의통(義通 927~988)
스님에게서 배운 뒤에 천태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준식 스님은 신도들에게 극락정토에 왕생하기 위한
염불삼매도 가르쳤는데 이는 다 관세음보살 때문이다.
관세음보살은 극락정토를 주관하는 부처님인 아미타불을 도우는 협시보살挾侍菩薩이다.
그래서 33관음을 포함하여 모든 관세음보살이
머리에 쓰고 있는 관에는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는 것이다.
<<법화경>>을 중심 경전으로 하는 천태종에서도
<보문품>의 보살인 관세음보살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러니 준식 스님이 관세음보살에 관한 글귀들을
모아서 책으로 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준식 스님의 <<청관세음보살...삼매의>>에 있는 '제7 송삼주第七 誦三昧'의
내용 중 '육자장구다라니 능파번뇌장六字章句陀羅尼 能破煩惱障'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 의미는 '육자장구다라니는 능히 번뇌장煩惱障을 깨뜨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번뇌장이란 중생의 몸과 마음을 번거롭게 하여 열반을 얻는 일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육자장구다라니는 주로 6자로 된 구절들을 모은 것인데 다음과 같다.
다질타 안타리 반타리 지요리 단타리 전타리
저야파타 야사파타 파라니기비질자 난타리
파가리 아로니 박구리 모구레 도비례 사하
위의 구절이 바로 육시관음이 들고 있는 범협에 쓰인 구절이다.
육시관세음보살을 모시고 공양하던 사람들은 번뇌장을 없애기 위해 저 구절을
열심히 외웠을 것이고, 그것을 준식 스님이 채집하여 가록한 것이다.
준식 스님이 송나라 사람임을 감안할 때 육시관음은 그 이전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이 육자장구다라니를 정성을 다해 외우면 육도六道의 윤회로부터
벗어나고 육묘문(六妙門 열반에 이른 여섯 가지 문)을 얻고 육근상응六根相應을 증명한다고 한다.
육자장구 다라니가 번뇌장을 없애준다면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와야 한다.
준식 스님이 남긴 기록을 보면 "만약 사람들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이 육자장구다라니를 받아 지니고 외우면, 광야에서 길을 잃더라도 관세음보살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 길을 가르쳐 주고, 큰 이익을 얻게 할 것이며,
해로운 일이 없게 하고, 금생이나 내생에 좋지 않은 일은 영원히 없게 할 것이다"고 되어 있다.
이 가운데 '금생이나 내생에 좋지 않은 일은 영원히 없게 할 것이다'는
구절이 앞의 '육묘문을 얻는다' 등과 통한다.
준식 스님의 <<청관세음보살...삼매의>>에는 육자장구다라니 외에
다른 두 다라니가 있는데 각각 업장業障과 보장報障을 없애준다.
그래서 이다라니들이 들어 있는 부분의 제목이 '송삼주誦三咒 세다라니를 외운다)가 된 것이다.
이 다리니글의 산스크리트어가 인도에서 사용되었다면 육시관음 역시 공양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종합하면, 육시관음은 육자장구다라니를 외우게 해서라도 중생들의 괴로움을 덜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청관세움보살...삼매의>>는 <<청관세음보살소복독해다라니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관세음보살...다라니경>>에도 육자장구다라니가 실려 있는데
<<청관세음보살...삼매의>>의 그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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