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용두관음

갓바위 2021. 5. 8. 10:14

방경일글ㆍ남종진그림

 

용두 관음은 용머리를 한 관세음보살이 아니고 그림처럼 용을 타고 있는 관세음보살이다.

남 화백의 그림에 등장하는 용은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긴 수염을 가진 낙타 형의 얼굴에 귀신의 눈, 사자의 갈기, 사슴의뿔, 뱀의 몸통,

독수리의 발톱을 가지고 있으며, 온몸이 물고기의 비늘에 덮여 있으니 말이다.

 

황금색으로 빛을 발하며 여의주를 노려보는 황룡을 타고 있는 관세음보살은 안은 푸르고

겉은 붉은 도포를 입고 있는데 얼굴은 지혜와 자비를 구족한 전형적인 관세음보살의 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두, 즉 '용머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관세음보살 앞에 위치한

용머리가 크게 부각되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용이 가지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동양인들은 옛날부터 용을 숭배해왔다.

그것은 용이 바람을 부르고 구름을 일으켜 비를 내리게 하는 등

날씨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뭄이 들었을 때 사람들은 용에게 재물을 바치며 비를 내려주기를 바랐다.

이때 용은 비록 동물이지만 초능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물론 독룡毒龍처럼 독기를 뿜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용도 있다.

 

불교와 용의 인연은 부처님이 수행할 때부터 시작된다.

수행이 본 궤도에 오르자 부처님은 종종 깊은 명상에 잠겼다.

 

한번은 부처임이 깊은 명상에 잠겨 있을 때 큰 폭풍이 일었다.

그러자 나가naga가 나타나 부처님 뒤에 서더니 몸을 펴서 폭풍우로부터 부처님을 보호했다.

나가는 인도인들이 믿는 용으로, 기본적으로는 큰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나가는 치명적인 독을 내뿜어 적을 물리치고 상처를 입게 되면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을가진 신적인 존재였다.

 

바수키라 불리는 나가는 신들의 줄다리기에 밧줄 대신 사용되었다.

(청경관음 참조) 나가의 우두머리는 나가라자, 즉 용왕이다.

 

부처님은 성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 산속의

동굴에 사는 독룡을 섬기는 카샤파 삼형제와 대결하게 되었다.

 

"우리가 모시는 독룡을 이기면 제자들과 함께 당신의 제자가 되겠다"는 카샤파 삼형제의

제의를 받아들인 부처님이 독룡을 찾아가자 독룡은 독을 내뿜으며 부처님을 공격했다.

 

하지만 부처님은 신통력을 발휘해 독룡을 쉽게 제압했고

카샤파 삼형제를 비롯해 천여 명의 제자를 거두었다.

 

이렇게 부처님과 인연을 맺은 나가naga는 대승불교가

시작되면서 불제자들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다.

 

부처님의 부탁으로 자신의 궁전에 반야경전들을 보관하고 있던 나가라자는

나가르주나(龍樹 150~250)라는 스님에게 그 경전들을 전해준다.

 

나라르주나의 이름에 나가가 들어 있는 것으로 봐서 나가를 신봉하는

종족의 비밀 도서관에서 경전들을 내왔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아무튼 이 반야경전들로 인해 세상에는 공空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불교사상이 펼쳐졌다.

 

한편, <<법화경>>에는 사람이나 동물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생명체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청중으로 등장한다.

 

이때 나가들은 신통력을 가진 다른 여러 무리들과 함께 불교를 믿는 이들을 수호하겠다고 다짐한다.

<<법화경>>이 중국에서 번역될 때 나가는 중국인들이 믿는

용으로 번역되면서 용은 불교의 수호신이 된다.

 

불교가 들어온 이후 중국인들은 가뭄으로 고통을 받게 되었을 때 용에게

기우제를 올리는 대신에 용두관음을 모신 절에 찾아가 기도를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관세음보살에게 공양을 올리고 비가 내렸다는 기록은 너무 많다.

예전의 왕조시대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임금이 덕이 없어 그렇다는 소문이 퍼진다.

 

이렇게 되면 황제나 왕은 자신이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던 경쟁자나 적들이 여론을 등에 업고 반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조시대에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 관청이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비를 내리게 하지 못하면 중국의 임금과 신하는 관세음보살에게 매달렸다.

용을 부리는 용두관음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청한 것은 역시 용과 관계가 있다.

용은 비늘에서 알 수 있듯이 물과 관계가 깊다.

용이 사는 궁궐인 용궁龍宮은 수중에 있고, 용은 비를 그치거나 내리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용은 수신水神, 즉 물의 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물은 농사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므로 특히 농민들은 수신인 용을 잘 모실 필요가 있었다.

 

용이 불교의 수호신이 된 뒤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되었는데 절에 있는 용왕당龍王堂이 바로 그것이다.

 

용왕당이라는 자신을 위한 독립적인 거처를 가진 용은 그곳에 살면서

절을 지키는 동시에 그 고장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역활을 한다.

 

또, 용은 일주문에서 볼 수 있는 사대천왕의 권속으로서 나타나기도 하고

부처님을 보호하는 천개(天蓋 닫집)를 장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활은 관세음보살의

협시(挾侍 옆에서 윗사람을 모심, 혹은 그런 이)이다.

 

용은 남순동자와 같이 관세음보살의 옆을 지키면서 관세음보살의 명을 받들어 행한다.

물론 이 경우 그 의미상 관세음보살은 용두관음이며 용은 용두관음을 등에 모신 용왕과 같다.

 

우리나라 역시 비를 내려 달라고 관세음보살에게 기도한 경우는 많지만,

절에 용을 탄 모습의 용두관음이 모셔진 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이다.

 

하지만 중국처럼 널리 퍼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형지물이 마치 용을 타고 있는

관세음보살처럼 보이는 곳이 있는데 바로 부산의 용두산龍頭山공원이다.

 

용두산은 말 그대로 용머리처럼 생긴 산이란 말이다.

용두산 공원은 용두산의 정상 일대에 만들어져 있는데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 위에는 높이120미터의 부산타워가 우뚝 서있다.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용미산(옛 부산시청 터)이 아니라 용두산에 부산타워가

들어서게 된 것도 '용을 부리려면 용의 머리를 눌러야 하는 이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부산타워가 하얀색이니 백의를 입은 용두관음보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거대한 용두관음보살상이 있어서인지 부산은 물로 인한 고통을 거의 겪지 않는다.

 

오히려 바다와 강을 끼고 있어 물로 인해 가장 큰 덕을 보는 곳이 부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용두관세음보살은 물과 관련되어 고통을 받은 중생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보살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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