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백 근의 살점과 한 개의 머리

갓바위 2022. 5. 31. 09:28

 

어느 나라에 성품이 거칠고 무자비한 왕이 있었다.

어느 날, 한 사람의 죄인이 왕 앞으로 끌려와 형벌을 당하였다.

왕은 죄인의 죄를 신문한 다음 몹시 화를 내며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 죄인의 등골뼈에 있는 살 다섯 근을 베어내라."

그런 다음 왕은 그 죄인을 감옥에 집어넣도록 했다.

살점을 떼어낸 죄수는 감옥에 있으면서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이윽고 그의 비명 소리가 궁궐에 메이리치자 왕은 견딜 수가 없었다.

왕은 죄인 다시 불러내어 말했다.

"네가 고통스러운 것은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왜 죄를 지었는가?"

 

죄수가 대답하였다. "정말로 제가 저지른 일이 아닙니다."

왕은 그를 다시 신문했다.

신문이 계속되자 잡혀온 죄수가 결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왕은 엉뚱한 사람에게 형벌을 가한 것이 부끄러웠다.

그리하여 왕은 신하들에게 다시 명령했다.

"다섯 근의 살을 베어낸 것은 나의 잘못이다.

저 사람에게는 죄가 없으니 떼어낸 살의 스무배인 백 근의 살을 도로 붙여주어라."

 

왕의 명령을 받은 신하들은 다른 죄수에게서 발라낸

백 근의 살을 가져와 죄수의 몸에 억지로 붙여주었다.

하지만 죄수의 고통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죄수가 계속 비병을 내지르자 왕이 이상히 여기며 물었다.

"내가 베어낸 살점은 다섯 근뿐이엇다. 지금 내가 백 근의 살점을

붙여주었는데 아직까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러자 죄수가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천근의 살점을 되돌려준다 한들 제게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하나뿐인 아들의 머리를 잘라놓고, 그 아버지에게 백 명의

다른 아이 머리를 대신 준다 한들 무슨 위로가 되겠습니까?"

 

*출전 : <<경률이상>> 권44 / <<백유경>> 20

땅에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있다.

 

좋은 약을 써서 상처를 아물게 할 수는 있지만,

가슴에 새겨진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백 근의 살점이 아니라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다.

내가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을 되돌아보라. 진정으로 그의 상처를

치료해줄 수 있는 것은 좋은 약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보듬는 것이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