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뱃전에 잃어버린 곳을 표시하다

갓바위 2022. 6. 1. 09:18

 

은으로 만든 귀한 그릇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그만 은그릇을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는 아차 싶어 뱃전으로 달려가 강물 속을 들여다보았지만 이미 은그릇은 물속으로 가라앉은 뒤었다.

 

그는 억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다시 은그릇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에게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

"그렇지.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가?''

 

그는 칼을 꺼내 뱃전에다 은그릇을 빠뜨렸던 곳을 표시했다.

그런 다음 배가 잠겨 있는 깊이를 표시했다.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와서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후 두 달쯤 지나 그는 이웃나라로 향하게 되었다.

하루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는데,

그곳에 있는 강물이 예전에 표시해놓았던 물의 깊이와 비슷해 보였다.

 

그러자 그는 훌렁훌렁 옷을 벗은 다음 재빨리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강물에 뛰어들어 강바닥을 뒤지기 시작하자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이상히 여겨 물었다.

"무엇을 찾으시오?" "은그릇을 찾고 있습니다."

 

"어디서 잃었는데요?"

"예전에 배를 탔다가 강물에 떨어뜨렸습니다."

"그게 언제 일인에요?" "이곳에서 잃어버렸소?"

 

"아니오, 하지만 물의 깊이를 보니 옛날 은그릇을 빠뜨렸던 곳과 비슷하군요.

그때 뱃전에다 잃어버린 곳을 표시해두었으니까 분명이 강물 속에 있을 겁니다."

 

*출전 : <<백유경>>19

물은 흘러간다. 따라서 우리는 똑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아쉽지만,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한다면,

잃어버린 곳에서 찾아라. '나'를 잃어버린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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