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귀한 것과 천한 것

갓바위 2022. 6. 3. 09:44

 

어떤 상인이 낙타 등에 많은 물건을 싣고 장사를 하러 떠났다.

이후 상인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 팔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물건을 싣고 다니던 낙타가 갑자기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낙타 등에는 많은 보물과 곱고 부드러운 비단이 가득 실려 있었다.

낙타가 죽자 상인은 그 가죽을 벗긴 뒤 두 사람의 하인에게 말했다.

"나중에 팔 것이니 이 낙타가죽을 잘 간수하여 비에 젖거나 썩게 하지 말라."

 

상인의 말대로 하인들은 낙타가죽을 잘 간수했다.

그런데 한참 길을 가다가 상인 일행은 소나기를 만났다.

하인 한 사람이 동료에게 말했다.

 

"이런, 비가 오는군. 낙타가죽이 젖으면 주인한테 혼날 거야. 젖지 않도록 빨리 덮어야 해."

하인들은 가죽이 비에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드러운 비단으로 그것을 덮었다.

다행히 낙타가죽은 비에 젖지 않았지만 그것을 덮었던 비단은 얼마 안 되어 모두 썩고 말았다.

 

시장에 이르러 상인은 비단을 팔기 위해 하인들을 불러 말했다.

"비단들을 모두 꺼내 놓거라."

두 사람의 하인이 낙타가죽을 덮었던 비단을 꺼내왔다.

 

하지만 이미 비단은 모두 썩고 곰팡이가 피어 있어서 사람들에게 팔 수가 없었다.

상인이 비단을 살펴보고는 하인들에게 물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하인들이 대답했다.

 

"낙타가죽을 젖지 않게 하려고 비단으로 덮어두었는데 그만 비에 젖고 말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상인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아, 참으로 어리석은 놈들이구나.

어찌 값싼 낙타가죽을 지키려고 비싼 비단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이냐!"

 

*출전 : <<백유경>> 23 . 42

 

안에 있어야 할 것과 바깥에 있어야 할 것을 구분하라,

아름답고 화려한 포장은 사람들이 시선을 끌지만, 곧 뜯겨 버려지고 만다.

 

버려야 할 것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다.

내면에 투자하라. 안이 아름다우면, 밖은 저절로 빛을 발한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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